[당정회의 파열음] "당에 뒤치다꺼리 맡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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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당이 무슨 정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보조기관이냐."

민주당 한 정책관계자는 9일 "당정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성급한 정책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강현욱(姜賢旭)정책위의장이 입조심을 당부했는 데도 이런 현상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정은 최근 며칠동안 재벌기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주5일 근무제 도입여부 등을 놓고 수차례 오락가락했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는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서 다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안(案)은 민주당의 반발에 부닥쳤다.

노무현(盧武鉉)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액출자제한제 폐지는 재벌개혁 후퇴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에 반대했고, 신기남(辛基南).천정배(千正培)의원 등 재선의원 중심의 '바른정치모임'도 "출자총액제한제는 우리 당 재벌개혁의 상징"이라며 제도의 존속을 요구했다.

결국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출자총액제한제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라 더욱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해 추가논의를 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정리했다.

주5일 근무제 문제를 놓고도 당정은 혼선을 빚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결렬되자 노동부.행자부 등은 공무원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합의하고, 독자적인 정부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은 "주5일제는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뒤 추진해야 한다"(韓光玉대표)며 제동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역시 내년부터 월 1회씩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했다가 백지화 했다.

이미경(李美卿)제3정조위원장은 "교육부에 확인해 보니 검토안에 불과한 것이 공개됐더라"며 못마땅해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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