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시가이상 수매땐 문책" 농협 공문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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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낮게 책정된 추곡 수매가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전국의 농협에 "시가 이상으로 수매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농협중앙회는 9일 이 방침을 철회했으나 충북 보은군 등 각 지역 농민들은 11일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인 데다 각 농민단체 홈페이지에도 비난의 글이 쇄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일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전국의 1백99개 회원 농협에 '2001년산 벼 회원 농협 자체 매입 관련 긴급 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일부 지역에서 농민단체의 시위와 농성에 밀려 비정상적으로 수매가를 결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철저한 시가 매입을 지시했다.

농협은 이와 관련,▶자체 매입 가격 결정을 연기하거나 이미 결정된 가격도 조정하도록 하고▶무리하게 가격을 결정한 조합에 대해 손실 발생시 결정에 참여한 임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으며▶해당 조합에 대한 중앙회의 지원에 차등을 두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미곡종합처리장마다 올 상반기에만 평균 1억6천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이상으로 매입할 경우 회원 농협 전체가 부실에 빠지고 조합원은 물론 농협중앙회와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공문을 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측은 지역별로 가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운영비를 감안하면 5만3천원 이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쌀값 하락이 우려돼 정부가 수매 일정을 앞당겼는데도 농협이 가격 협상을 지연시키며 쌀값 하락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운영자금 지원▶전기요금 인하▶선진경영기법 도입 등으로 RPC 경영악화를 극복해 적정한 추곡 수매가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별로 물벼(말리지 않은 벼)의 수매가를 전년도 수준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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