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매니아들 '고강도 운동후 희열감' 못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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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무박 5일' 마라톤으로 유명해진 윤장웅(46.한국공항공단 과장)씨.

지난 6월 그는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잠 한숨 자지 않고 5백㎞를 1백7시간19분 만에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닷새간 그가 취한 휴식은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뿐이었다. 국내에서도 고강도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42.195㎞의 정규 마라톤만으로는 부족해 1백㎞ 이상을 뛰는 울트라 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산악 자전거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달리기도한다.

인제의대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는 "운동 역시 하면 할수록 강한 자극을 원하게 돼 강도를 높여가게 된다" 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미루어볼 때 고강도 운동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 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철인3종. 1997년 1백여명으로 시작된 대한트라이애슬론(철인 3종)연맹(02-3431-6798)(http://www.triathlon.or.kr)의 경우 등록된 선수만 2천여명. 30여 동호회 회원을 포함하면 국내에 4천~5천여명이 철인운동을 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는 "붐이 일고 있는 고강도 운동의 특징은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혼자 할 수 있고, 성취를 계수화할 수 있는 점" 이라고 말했다.

◇ 긍정적 영향=고강도 운동은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큰 장점은 유산소성과 무산소성 운동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속근(速筋)과 장시간을 버티는 지근(遲筋)이 골고루 발달해 지구력과 순간적인 파워가 동시에 길러진다는 것.

심폐 기능 역시 최대한 확장돼 철인3종 선수들의 최대 산소 섭취량은 1분당 70㎖/㎏로 정상인(35㎖/㎏)의 두배나 된다.

◇ 유의 사항=그러나 복병은 있다. 우선 중독성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는 "신체가 운동을 통해 고통을 받으면 뇌에서 고통을 줄여주는 엔돌핀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고 말한다. 심한 운동을 한후 이들 물질에 의해 희열을 느낀 점을 잊지 못해 다시 강도 높은 운동에 도전한다는 것.

운동중 과호흡에 의해 유리(遊離)산소가 체내에 쌓이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양윤준 교수는 "몸안에 남은 산소가 정상 세포의 노화와 손상을 초래한다" 며 "운동 전 비타민 C.E.베타 카로틴 등 항산화물질을 섭취해야 한다" 고 권했다.

일시적인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유의해야 할 사항.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2천3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마라톤을 한 그룹은 감기와 같은 상(上)기도 감염에 12.9%가 걸린 반면 마라톤을 하지 않은 그룹은 2.2%만이 감염됐다는 것.

우리나라 운동 매니어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이 영양 불균형.

박원하 교수는 "철인경기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들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데 반해 국내 선수들은 많이 말라 있다" 고 지적한다. 또 "소모성 높은 운동일수록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방.야채 등 균형 있는 식단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고 권고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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