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어찌 할까요] 5. 국내 성공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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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천안농고에선 이색적인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금연 결의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전에는 흡연이 적발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시키는 등 벌을 주는 방법을 썼지만 효과가 없어 이같은 수단을 동원하게 됐다.

효과는 매우 좋아 흡연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교사는 담배를 피우면서 학생들에게 금연을 지도하는 모순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천안농고의 사례는 금연 교육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체벌 위주의 강제성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성의 강조에 있다. 자발성을 위해선 교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직도 한 손엔 담뱃불을, 다른 손엔 몽둥이를 들고 흡연 학생들을 찾아 화장실을 뒤지는 교사들이 있다. 이 경우 발각된 학생들이 마음으로 승복하지 못함은 물론 금연교육 자체에 대해 반발심만 갖는다.

학부모의 참여도 중요하다. 올해 5월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선 국제절제협회가 주최한 '청소년 금연 걷기 및 선언대회' 가 열렸다.

4백여명의 중.고교생이 참여한 이 대회의 특징은 학부모들이 동참해 자녀와 함께 금연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흡연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흡연 예방을 위해서는 물론 간접 흡연으로 인한 가족의 건강피해를 생각해서라도 집에서 만큼은 금연하는 성의를 보여야한다.

학교에선 교사가,가정에선 부모가 솔선수범한다면 청소년 흡연이 발붙일 곳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한번 강조돼야 한다.

전남 광주 영광정보산업고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학교는 최근 교사들의 금연 참여와 함께 '금연, 나도 할 수 있다' 란 색다른 금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금연 교육과 함께 하루 흡연량과 흡연 장소를 적는 금연 일기를 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흡연량과 흡연 장소를 공개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도록 유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전남교육청의 학생 생활지도 대책협의회에서 성공적인 금연교육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스스로 금연을 약속할 수 있는 공개적인 참여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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