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갈수록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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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아산이 주축이 돼 추진해온 대북사업의 양날개 '금강산 육로관광' 과 '개성공단 조성' 사업이 난마처럼 얽혀 또다시 해를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현대아산이 4천5백억원의 자본금 전액을 잠식, 사업추진 능력을 잃게 되자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끌어들여 계속 밀어붙이고 있지만 아주 불투명한 상황이다.

◇ 첩첩산중인 금강산 관광사업〓현대는 금강산 관광의 경우 해상(海上)을 통한 관광은 이미 수익성을 잃어 육로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지난 4~5일 열린 제1차 남북 당국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침울한 분위기다.

현대 관계자는 "이 회담에서 우리측은 금강산 육로관광(연내 임시도로 시범관광과 내년 중 본도로 완공), 관광특구 지정(이달 내 지정 조치), 군사 실무회담 개최(이른 시일 내 개최) 등을 요구했다" 며 "그러나 북측이 육로관광은 군대 문제로 복잡해 선(先)해상관광 활성화를 주장하고 카지노 설치와 관광 대가 보장 등에 더 관심을 보여 진척되지 못했다" 고 말했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대가로 1998년 약속한 총 9억4천2백만달러(2005년까지.현재 3억7천8백만달러 지급)에 대한 지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금강산 사업은 현재 설봉호와 장전항 해상호텔만을 남기고 모두 철수해 한달 평균 3천여명의 관광객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은 1인당 1백달러(육로는 50달러)의 관광료를 지불하기로 북측과 재협상했지만 여전히 사업성이 없어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과 관광공사는 사업성이 있는 육로관광길이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합작 투자하기로 한 관광공사는 이처럼 사업성이 불투명하자 추가 지원에 머뭇거리고 있다. 현대아산은 관광공사로부터 이미 4백50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추가로 4백50억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관광공사가 지급을 미루고 있다.

◇ 사실상 현대아산 손 떠난 개성공단〓개성공단은 당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현대아산측의 언급대로라면 이미 착공해 지난 6월 1단계로 남한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됐어야 했다.

그러나 설계단계(설계 50% 완료)에 머물고 있는데다 공동사업 주체인 토지공사측과 의견이 달라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 당국간 화해 무드, 경의선 철도 연결공사와 직접 연관이 돼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당초 총 8백만평(1차 1백만평 대상)을 개발하기로 했으나 현재 전면 중단상태다. 현대아산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해도 현재는 자금이 없어 토지공사가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다.

토지공사의 박영무 개성사업단장은 "자금조달과 설계 및 감리는 우리가 맡고, 시공은 현대아산이 맡기로 했었다" 며 "지금은 현대건설이 계열분리된 상황이라 시공까지 우리가 맡는 것도 검토하고 있고, 이 경우 협약을 수정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더구나 이 사업의 전제조건인 ▶입주 기업의 투자를 보장하는 '개성자유경제지대 특별법' (가칭)제정▶육로 통행 보장▶북한근로자의 임금수준 결정▶부지의 장기 임차권 보장 등 4개항이 북측과 협상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아산과 공동 추진 중인 토지공사.관광공사의 손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며 "남북한간 대화 재개에 따른 사업 진척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라 언제 제대로 이들이 사업성을 갖출지는 미지수" 라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위원.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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