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당만 잘못했다는 주장 본인에 안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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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6일 최근의 정국 상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광옥 대표 등 당 지도부 전체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다.

이날 金대통령이 "나는 잘하는데 당이 못한다고 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고 경고한 데 대해 당 주변에선 "쇄신론을 겨냥한 것" 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동교동계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당정 쇄신을 끊임없이 제기해 온 김근태 최고위원과 일부 당내 소장파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오찬에 참석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얘기하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도 경고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 전했다. "내가 아니면 내년 대선에서 진다" 는 식의 주장을 펴는 민주당 내 일부 예비 주자들에 대해서도 '자중하라' 는 사인을 보낸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金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소장파들의 정풍(整風)파동과 9월 초의 부분 당정 개편 때 당내가 시끄러웠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날 발언은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린 것으로 당 내외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金대통령은 이날 경고를 통해 임기말 권력 누수를 차단하고, 정기국회를 비롯한 연말 정국에서 여권 내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 金대통령은 또 여권이 자신감을 상실한 데 대해 섭섭함을 표시했다. 金대통령은 "경제가 어렵지만 외국에서는 그래도 한국이 모범적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면서 인권.정보화.남북 문제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는 金대통령이 '남북 교류와 협력, 중산층에 대한 애정과 관심' 등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자격으로 꼽은 것과도 맥이 상통한다.

한편 이날 金대통령에게 한광옥 대표가 주례 보고를 할 때 이상주(李相周)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배석하지 않아 '실세 대표' 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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