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일단 긍정적…"실질적 협력 제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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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이 유엔에서 테러 반대를 밝히고, 미국이 북한에 체류 중인 일항기 요도호 납치범(적군파)과 끈을 가진 일본 적군(赤軍)을 테러 단체에서 제외함으로써 북.미 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일 조짐이다.

특히 북.미 대화를 바라온 정부로선 이 두 사안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테러 반대 선언이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테러 반대 입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발언 등이 다른 유엔 회원국의 반(反)테러 수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성의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회원국 1백89개국 가운데 1백70개국이 테러 반대에 나선 마당에 북한도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고 말했다.

지난달 테러사건 다음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유감의 뜻을 밝힌데 이어 나온 이번 입장은 테러지정국 해제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일 수도 있다.

미국이 '과거' 보다는 눈앞의 테러전에 대한 협력을 들어 최근 수단에 대해 경제 제재를 푼 예가 있기 때문이다.

테러에 관한 북한의 입장은 미군 유해 발굴에 적극적인 것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일 한국전쟁 때 사망한 미군 유해 17구를 미국에 넘겨주었다. 이는 1996년 북.미 합동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일본 적군의 테러 단체 제외는 북한의 조치보다는 이 단체의 최고지도자 시게노부 후사코(重信房子)의 체포와 합법적 활동 전환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것은 북한의 테러 지정국 해제와 관계없다는 미 국무부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다만 북한이 요도호 납치범의 일본 귀국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 등은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이 테러 보복전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테러 반대를 넘어 미국에 대한 실질적 협력을 제공할 때 북.미 관계는 급진전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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