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보선에 혼탁의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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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구로을.동대문을과 강릉 등 세곳에서 치러질 10.25 재.보선의 한쪽에 벌써부터 혼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가짜 박사다↔중상모략이다' '정치 철새다↔흠집 내기다' 라며 후보자의 자격.경력을 놓고 상호 폭로.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다 여야 지도부가 현장에 들어가 총력전으로 달라붙을 기세여서, 재.보선은 출발부터 위험스러운 과부하(過負荷)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4.13 총선 때 불법.변칙을 저질러 사법부의 게임 무효 판정을 받아 다시 투표하는 이 세곳이 그런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양상이 빚어진 것은 선거구는 세곳이지만 선거 위에 얹힌 상당한 무게와 그 결과에 따른 정국 향방의 파괴력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대선의 전초전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용호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분노, 민생 안정보다 정쟁(政爭)을 앞세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 추석 민심이 투표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를 놓고 여야가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성적이 나쁘면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종반부 국정 추진력과 당 장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밀리면 이회창 총재의 정국 주도 리더십과 대국민 이미지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때문에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돈 풀기와 저질 공격, 편법과 불법의 유혹을 받을 것이다. 일찌감치 중앙선관위에 비상이 걸린 것도 그런 탓이다. 그럴수록 모든 후보와 지도부는 깨끗한 선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들의 주문은 부정 선거였다는 지난번의 불쾌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선거법을 준수하는 페어 플레이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기대는 'DJ정권의 집권 후반기 평가' '李총재의 정국 주도 능력 점수 매기기' 라는 이번 선거에 담긴 의미 못지않게 절실한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선거운동 자체가 유권자를 잡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도 공정한 선거 진행이 갖는 의미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우선하게끔 그런 분위기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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