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 5일 근무제 강행 '험한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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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년6개월을 끌어온 민간부문의 주 5일 근무제 도입 방안 논의가 노사간 합의에 사실상 최종 실패함으로써 정부가 단독 입법 수순을 밟고있다.

정부는 또 지난 5일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최종 조율이 무산되자마자 내년 초부터 공무원의 주 5일 근무를 시범 실시하고 5일제 수업을 한다는 방침을 발표, 공공부문 선(先)시행 의지를 밝혔다.

공공부문에서 시범을 보이고, 입법 강행을 통해 노사 양쪽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주 5일 근무제가 제대로 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그동안의 노사정위 논의에서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그대로 반영하고 쟁점부분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골격으로 해 입법안을 만들어 올해 말 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안대로 입법화되면 주 5일 근무제는 내년 7월 공공부문과 금융.보험업 및 1천명 이상 사업장에서 우선 도입된 뒤 ▶2003년 7월 3백명 이상 사업장▶2005년 1월 교육부문과 50명 이상 사업장▶2007년 1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첨예한 쟁점사항인 휴무일수와 임금도 공익위원 절충안이 강제 시행된다.

하지만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도입에 찬성하는 노사가 쟁점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실질 임금이 깎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경영계도 장기불황과 중소기업 경영난을 들어 연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여건에서 선거를 앞둔 정당들이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의 시범 시행 계획도 난관이 적지 않다. 공공부문에서 주 5일 근무를 먼저 시행할 경우, 특히 주 5일 수업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국민 여론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주 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 당장 탁아문제가 골칫거리로 대두된다. 탁아시설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에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 등에 보낼 수밖에 없고, 이는 사교육비 증가라는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민간부문의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돼야만 주 5일 수업도 가능한데 정부의 계획은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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