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회담 결산] 차기회담 날짜만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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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한이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은 이 사안이 매우 복잡미묘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물론 사안의 성격상 남측 관계 부처와 현대 사이의 조율과 남북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일 각각 내놓은 네줄짜리 발표문은 차기 회의 날짜를 잡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6월 현대.북한간 합의나 지난달 열린 5차 장관급 회담의 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합의 실패는 무엇보다 북한 군부의 강경한 목소리가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폭 50m의 도로 개설을 관광 목적으로 내준다는 데 북한 군부가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 소식통은 "금강산을 관광특구로 지정하려면 동부지역 군사 요충지인 이곳의 군사시설물.병력의 이동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에 군부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측 대표단도 "기존의 해로 관광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육로 관광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 는 입장을 보여 진통을 겪었다. 특히 회담 대표인 방종삼(方宗三)금강산관광총회사 사장은 4일 "해로 관광에 이미 수많은 돈이 투자됐는데 다시 육로 문제를 꺼내면 되느냐" 고 털어놔 북측 내부의 미묘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남북한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의 역할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북측은 지난 2~5월 현대측의 대북 관광 대가 미지급금 2천4백만달러 등의 해결에 우리 정부가 적극 책임을 지고 나서 달라고 요구했지만, 남측은 사업 수익성이 확보돼야 정부가 측면 지원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로서는 '민간 기업의 대북 사업에 지나치게 개입한다' 는 여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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