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수 1위 기록 역대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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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모든 스포츠가 기록을 중시하지만 특히 야구는 수많은 기록의 종합체다. 5백32경기의 정규시즌이 끝난 2001 프로야구는 화려한 기록만큼이나 숨기고 싶은 기록도 터져나온 특별한(?) 해였고, 특히 '투수 수난의 해' 였다.

LG '수호신' 신윤호는 다승(15승)·승률(0.714)·구원(32세이브포인트) 부문을 모두 휩쓸며 투수 3관왕에 올랐다. 표면적인 성적만으론 당연히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도 손색이 없지만 기록을 곰곰이 따져보면 다소 씁쓸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손민한(롯데)과 함께 차지한 다승왕은 역대 최소 승수다. 종전 기록인 1993년 조계현(당시 해태)의 17승보다 2승이 적다.

승률과 구원부문도 역대 기록과 비교하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승률 0.714는 83년 이길환(당시 MBC)이 0.682로 승률 1위를 차지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나쁜 기록이다.

32세이브포인트로 구원 1위에 오른 것도 마무리가 본격적으로 제자리를 잡기 시작한 93년 이후론 가장 적은 세이브포인트수다.

무엇보다 다승과 구원을 동시에 석권했다는 것은 신윤호 개인으로선 자랑거리일지 몰라도 야구계로선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된다. 선발-중간-마무리의 투수 분업화가 현대 야구의 특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국내 프로야구가 후퇴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방어율도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규정이닝을 채우며 방어율 1위에 오른 박석진(2.98)은 3점대 방어율왕이란 오명은 벗어났지만 역대 방어율 1위 중 가장 나쁜 방어율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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