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헌책방 인터넷으로도 이용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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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리에 낙엽이 수북이 쌓인다. 새것을 좋아하는 세태이기는 하나 보석 같은 지혜를 얻는데는 헌책방이 더욱 어울리는 계절이다. 손때 묻고 퀴퀴한 냄새 풍기는 책들이 가득한 헌책방 서가를 뒤지면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 한질을 단돈 몇천원에 살 수 있다. 시간 내기가 어렵다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도 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청계5~6가 평화시장 1층 헌책방 거리. 가을비가 잠시 멈춘 거리 양편을 중고 서적들이 점령하고 있다.

한평 반 남짓한 공간에 5천여권이 넘는 책이 겹겹이 쌓여 있는 한 헌책방에서 10년 단골인 김신자(56.여.서울 강북구 미아4동)씨가 외손녀에게 줄 동화책을 고르고 있다. 37년째 헌책방을 운영하는 유병오(63)씨는 "이곳에선 다 읽은 책을 가져와 다른 책으로 바꿔 갈 수 있고 신간 서적도 시중보다 20~30% 싸게 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컴퓨터나 별다른 장부도 없이 책 이름만 대면 책더미 속에서 정확히 책을 골라내는 주인들의 모습도 오래된 헌책방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풍경이다.

1960년대 1백30여곳에 달했던 평화시장 헌책방은 현재 50여개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헌책을 찾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 대학교재나 전문서적을 판매하는 곳은 서너곳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아동서적이나 어학교재를 취급한다.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반면 인터넷에는 수십개의 헌책방 사이트가 개설됐다. 이들 사이트는 소설.수필 등 문학류에서부터 경영.건축 등 각종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헌책들을 알기 쉽게 분류해 놓았다.

보통 한권에 1천원~3천원 정도고 2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달해 준다. 찾는 책이 없을 경우 도서명과 출판사 등을 등록해 놓으면 헌책을 구해 연락해 주거나 이용자들이 헌책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곳도 많다. 최근에는 대학가나 서울 각 지역에 있는 헌책방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성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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