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축구 감 잡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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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4일 올림픽대표팀과의 연습경기 후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히딩크 축구' 에 익숙해진 선수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태욱(안양 LG)과 이천수(고려대)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던 대표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태욱은 지난달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 때만 해도 왠지 불안해보였지만 최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최태욱은 침착하면서 순간적인 돌파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을 한다" 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들도 "경기를 치를 때마다 플레이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 고 입을 모았다.

최선수 역시 "감독님이 요구하는 대로 좌.우를 헤집고 다니며 빠르게 돌파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공격에 자신이 붙었다" 고 했다.

최선수와 좌.우측 날개를 번갈아 맡는 이천수도 과감한 플레이가 단연 돋보인다. 미드필드에서 연결된 볼을 주저없이 치고들어가 수비수 한두명은 거뜬히 제치고 문전으로 날리는 센터링도 위력적이고, 상대 수비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한 중거리슛을 날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히딩크 감독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송종국(부산 아이콘스)은 히딩크가 일찌감치 낙점한 대표적인 '우등생' . 히딩크는 "뭘 시켜도 다 잘하는, 머리를 쓸 줄 아는 선수" 라고 평가한다.

히딩크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한 명의 선수는 최성용(수원 삼성)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뛰다가 이날 수원과 계약금 3억원, 연봉 1억원에 3년간 계약한 최성용은 후반에 우측 날개로 경기에 나서 공격은 물론 최종 수비에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두 선수 몫을 해냈다. 히딩크가 강조하는 파워와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90분간 쉴새없이 뛰는 황소 같은 스태미너에는 히딩크 감독도 감탄한다.

여기에 새로 중앙 수비수를 맡은 유상철도 붙박이 중앙수비수 홍명보(이상 가시와 레이솔)을 밀어낼 정도로 합격점을 받고 있다.

대표팀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이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서서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대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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