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쌈짓돈 털어서 난개발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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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원도 속초시가 일반 매각을 추진중인 청초호 유원지 일부 지역에 대해 시민들이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며 '땅 1평 갖기 운동' 을 벌이고 있다.

속초시여성단체협의회.새마을부녀회.종교단체등 8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8일 청초호 시민공원화를 목표로 '속초시민연합' 이란 연합체를 발족하고 조만간 사무실을 열어 본격적인 모금운동과 시의 매각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속초시민연합 김길정(金吉貞.61.도의원)공동대표는 "연합체 발족 당일 1천2백50만원의 기금을 모았다" 며 "시민을 대상으로 청초호 유원지 땅 1평 갖기 운동을 전개한 뒤 시가 매각하려는 부지 일부를 매입, 시민공원을 만들 수 있도록 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속초시가 일반매각을 추진중인 땅은 청초호 일대에 조성한 유원지부지 10만여평(분양면적 6만2천여평).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7백19억원을 들여 완공했으며 '99강원국제관광엑스포' 의 개최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시는 이 부지를 모두 분양해 1천77억원을 받아내면 이자 등을 갚고도 1백50여억의 순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양된 것은 엑스포 상징탑.주제관 등 강원도가 공공용도로 매입한 부지가 거의 전부여서 분양률도 41.6%(4백48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늘어나는 이자비용 등이 시재정을 압박, 시가 조기 분양을 위해 갖가지 방안을 짜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청초호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상가부지까지 마구잡이로 분양될 경우 난개발이 뻔해 청정 호수 자체를 잃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속초시민연합측은 최근 시.시의회를 향해 "부채 부담 때문에 무조건 매각하기보다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란 시각에서 문제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는 성명서를 냈다.

이 단체는 또 "엑스포교 북쪽지역 부지 (2백21억원)와 환동해교류센터 부지(71억원)는 일반인과 강원도에 매각하되 엑스포교 남쪽 부지는 시민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며 "채무부담은 속초시가 시 사업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매년 30억~50억원씩 갚아나가면 된다" 는 처리방향도 제시했다. 그러나 속초시는 "채무 정리를 위해 매각이 불가피하다" 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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