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최정례 '빵집이 다섯개 있는 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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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교회가 여섯 미장원이 일곱이다

사람들은 뛰듯이 걷고

누구나 다 파마를 염색을 하고

상가 입구에선 영생의 전도지를 돌린다

줄줄이 고기집이 있고

김밥집이 있고

두 집 걸러 빵 냄새가 나서

안 살 수가 없다

- 최정례(1955~ ) '빵집이 다섯개 있는 동네'

사람 사는 동네는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빵을 사러 간다. 남자들도 미장원에 가서 머릴 깎는데 미장원은 냄새 때문에 빨리 지나간다. 산보하는 주민들은 별로 없다. (어쩌다 유일하게 정현종 시인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산보한다)뛰듯이 걷는다.

나도 삼성정육점에 삼겹살 사러간다. '황신혜가 단골' (그렇게 써붙인)일본 우동집도 있다. 소정 옷집 뒤 한강변에 이 시대 실세들도 산다. '누가 뜯어 먹다 만 빵' 같은 내 얼굴이 지나간다. 그와 내가 사는 동네를 미장원에 집어넣고 때 빼고 광 내면 어떨까? 염색약은 필요 없겠지만.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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