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오랜만에 허리띠 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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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민간 기업 종사자들의 부러움을 샀던 공공기관이 간만에 기름기를 좀 뺐다. 지난해 임직원 수와 연봉이 줄었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복리후생도 일정 수준에서 통제됐다.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인 게 어느 정도 역할을 했고, 때마침 닥쳐온 경제위기도 공공기관들이 몸집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 286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정보를 30일 공시한다.


◆임직원·신입 동시에 줄어=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는 24만2810명으로 2008년 말(26만1995명)보다 7.3%(1만9185명) 감소했다. 기관 통폐합으로 35개 기관이 15개 기관으로 줄면서 정원이 2000여 명 감소했다. 또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128개 기관의 정원이 1만9000여 명 줄었다. 정원을 많이 줄인 기관은 한국철도공사(4227명)·한국전력공사(2420명)·한국토지주택공사(1767명)·한국수력원자력(1067명) 순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의 공공기관 정원은 24만4667명으로 3개월 새 1857명 늘었다. 올해부터 자율적으로 인력 증원이 가능하게 된 기업은행과 가스공사를 포함한 에너지 관련 기관에서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원 감축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은 8524명으로 1년 전보다 22.9% 감소했다.

강호인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올해 1분기 현재 신규 채용 규모는 3095명으로 지난해 전체 채용의 36.3%에 달했다”며 “이런 수준이 지속된다면 올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원 감축이 신규 채용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공기관 스스로 임직원의 퇴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장·임직원 연봉 감소=기관장 연봉은 평균 10.6% 줄어 1억4000만원 정도였다. 직원 평균 보수는 1.6% 줄어든 5900만원 수준이었다. 기존 직원보다 신입사원 초임이 확 줄었다. 공공기관 대졸 초임은 1년 전보다 10.3% 줄어든 2500만원이었다. 민간과의 대졸 초임 격차와 공공기관 간의 보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2월 신입사원 초임을 기관별로 차등해서 삭감했기 때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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