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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자도 ‘우리 국민’ 인식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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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개정법률이 복수국적을 허용하려는 뜻은 복수국적을 권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복수국적자라도 법이 정한 사항을 지킬 경우 내치지 말고 한국 국민의 신분을 계속 인정해 주자는 것에 있다. 이번 복수국적 정책의 변화는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인구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직된 국적선택제도로 인해 수만 명의 복수국적자들 중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포기 또는 상실하게 되는 것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1998년에 도입된 국적 선택제도는 복수국적자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복수국적자가 기한 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게 돼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의 제도운영 결과 외국국적 선택자가 약 9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개정법률은 복수국적자도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민인구의 감소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우수 외국 인재의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복수국적 억제를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6개월 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일반 외국인은 물론 한국계 동포 외국인들이나 입양자들이 한국 국적의 취득을 상당히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돼 왔다.

셋째, 병역자원 감소와 복수국적에 편승한 병역면탈을 막는 데 유리하다. 복수국적 허용은 복수국적자라도 계속 우리 국민으로 묶어둠으로써 유사시 징집을 할 수 있게 되고 병역자원을 지키는 방안이 된다. 이스라엘이나 대만이 제도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원정출산을 염려하지만 개정법률은 원정출산자에 대해서도 병역을 마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벗을 수 없게 했다.

넷째, 개정법률은 한 번 우리 국민이 된 사람을 최대한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행과 같이 국적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한국 국적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고 개방화 추세에도 맞지 않다. 다섯째, 동포 및 결혼이민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 신장과 사회통합을 고려한 것이다. 고령의 재외동포가 영주귀국하면서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 해도 외국 국적의 포기를 의무화하면 외국에서 받던 연금까지 포기해야 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해외입양인이나 결혼이민자들 또한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종전의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과중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법률은 복수국적자도 우리 국민의 일부인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체성과 소속감을 높이고 국민의 범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자는 데 그 본뜻이 있다.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