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묵씨 춤인생 40년 기념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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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시인이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원고지에 시를 써내려가듯 지난 40년간 춤추며 느꼈던 열정과 고통을 춤으로 옮겼습니다. "

올해로 춤 입문 40년을 맞은 무용가 채상묵(57)씨.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와 제97호인 살풀이춤 이수자인 그가 오는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지난 3년간 준비한 '시인의 여정' 을 선보인다. 창작 개인공연으로는 13년 만이다.

그의 춤 인생은 '현대화한 한국춤의 추구' 로 요약된다. 조흥동 한국무용협회 이사장과 국수호.정재만씨 등 선후배들과 더불어 "전통의 틀을 벗어나 보자" 는 데 의견을 모으고 무용 동호회인 학림회를 만든 것이 1976년이었다.

"그 때 '맹안의 소녀' 라는 작품을 공연했는데 선배들의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백조의 호수' 같은 서양 발레를 보고 우리도 의상을 개량해 보면 어떨까 해 남자 한복 상의를 고친 게 화근이었어요. 버선도 신지 않고 조끼는 앞섶을 풀어헤쳤으니 당시로선 파격이었지요. "

선배들의 눈 밖에 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무용계에서 그는 파격 행진을 계속했다.

반젤리스의 신시사이저 음악에 한국춤을 접목한 '공수래 공수거' , 가수 김수희씨의 노래 '님' 에 맞춰 안무한 '님' 등…. 그는 "창작력이 돋보인다는 칭찬과 건방지다는 비난을 한꺼번에 받았다" 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한 무대에서 전통 춤과 창작 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가 될 것" 이라고 자신했다. '시인의 여정' 에서 승무와 살풀이를 추고, 여기서 파생된 현대화한 춤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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