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필사즉생 필생즉사’ 쓴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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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충남 아산시 현충사를 방문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에 참배한 후 나오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현충사를 ‘깜짝 방문’했다.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하고 KTX로 서울로 올라오던 중 갑자기 아산역에 내려 현충사를 찾았다.

현충사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김상구 관리소장에게 “갑자기 오게 됐다. (새만금에서) 오다가 결심을 하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런 뒤 충무공의 영정이 있는 본전까지 참모들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굳은 표정으로 걸어갔다. 본전에 도착해서는 영정에 참배를 한 뒤 방명록에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고 썼다. 이 문구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명량대첩에 나서기 전날 수하의 장수들을 모아놓고 한 당부의 말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의 현충사 방문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충무공 탄신 465주년(28일)을 맞아 군 통수권자로서 호국과 보훈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군 통수권자로서 흔들림 없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천안함 사건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최전방 백령도 구조 현장을 찾고, 희생 장병 분향소가 차려진 26일 조문한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고 썼다. [조문규 기자]

이 대통령은 이날 새만금 준공식 치사에서 “새만금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여러분의 생각도 지역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며 참석자들에게 지역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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