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로비집착 배경] '봐줄' 사람 찾은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정치권 및 검찰쪽 인사와 관계를 맺으려 한 이유는 개인적인 약점과 그가 주로 이용한 사업확장 기법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주변 인사와 증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투명성이 떨어지는 사업확장 방식=李씨는 주로 증권시장을 활용, 사업을 확장해 왔다.

주가가 낮은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새 경영진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고 알려(증시에 공시) 일반투자자를 끌어들였다. 李씨는 1999년 이후 인터피온.스마텔.레이디.삼애인더스 등을 이런 방식으로 인수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며 팔았다.

그는 투자자가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활용했다. 삼애인더스는 동아건설의 보물선 파동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 1월 말 서해에서 보물선을 인양하겠다고 발표했고, 예상대로 삼애의 주가가 올랐다. 매매 과정에서 자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아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샀다.

지난해 초 G&G의 전직 임원이 검찰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차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영을 하면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J산업개발 대표 여운환씨가 李씨에게서 해외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10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아 이 돈이 금융계에 뿌려졌는지를 조사 중이다.

李씨 입장에선 주식 불공정거래를 감시.조사하는 증권거래소.금융감독원, 문제가 될 경우 수사를 맡는 검찰 등을 부담스러워 할 만하다.

◇ 이력도 약점=인터피온 관계자는 "로비를 해야 했다면 무엇보다 李회장 개인의 약점 때문일 것" 이라고 말했다. 십여개 기업을 거느리며 회장 직함을 쓴 기업가로선 나이가 젊은 편인 데다 배경이 될 만한 인맥이 엷었다.

이런 약점을 메우려는 듯 李씨는 몇몇 정치인의 이름을 내세우며 '아는 사이' 라고 얘기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현정부가 들어선 뒤 같은 지역 출신들이 부상하면서 李씨가 기댈 곳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점도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혹시 닥칠 지 모를 외환(外患)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여건을 활용했으리란 것이다.

李씨가 전력 때문에 자기 이름을 쓰는 거래를 하기 어려웠던 점도 사업가로선 큰 약점이다.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영장에 따르면 그는 증권거래법 위반.부정수표단속법 위반.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모두 29차례 수사기관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李씨가 장인.부인 등의 이름을 사용해 거래를 많이 한 것은 바로 이같은 신분상의 약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고위직 친인척에 자리 제공=李씨는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의 친동생인 K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황동관 제조업체 인터피온에 전무(비등기 임원)로 채용했다. 인터피온 관계자에 따르면 K씨는 지난해 4월 이 회사의 전무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매일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월급은 올 봄까지 지급됐다는 것이다.

李씨가 신승남 검찰총장 동생에게 "사장 자리를 주겠다" 며 접근한 사실도 愼총장의 입을 통해 최근 공개됐다.

임휘윤 전 서울지검장(현 부산고검장)은 "내 조카뻘 되는 친척이 李씨 계열사에 99년부터 취업한 사실이 있다" 며 "그러나 로비 대상이 될 만큼 높은 자리는 아니다" 고 밝힌 바 있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