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프간 전시태세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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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뉴욕〓특별취재반]미국이 13일(현지시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전시태세에 돌입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워싱턴과 뉴욕에 대한 테러공격을 '21세기의 첫 전쟁' 으로 선포하고 해외 주둔 미군에 전시 최고 경계령인 '델타' 를 발동했다. 델타는 통상 미국이 공격받았을 경우에만 발동한다.

미국 지도부는 곧바로 전시 이원지휘체제를 구성, 딕 체니 부통령이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이동했다.

부시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백악관 주변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으며 워싱턴은 고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유럽연합(EU).중국.일본.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전을 위한 외교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 의회 지도자들도 이날 긴급 회동해 전쟁과 피해 복구에 4백억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의회는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선포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국방부는 예비군 5만명을 동원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 전쟁은 단순히 범인을 잡아 단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테러범의 은신처와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를 끝장낼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전개될 예정이며 단 한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혀 탈레반 정권을 종식시키는 전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사건 발생 후 미 고위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테러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이번 테러공격의 배후로 공개 지목했다.

이로써 미국은 공격 대상은 빈 라덴의 은신처인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사실이 한층 분명해졌다.

공격 시기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로 예상하고 있으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19일 이후라는 의견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세력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14일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예상하고 있으며 공격해올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하겠다" 고 다짐했다. 오마르의 대변인 압둘 하이 무트마엔은 위성전화로 AFP 통신과 회견하면서 "우리는 자위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태세가 돼 있다" 고 말했다.

앞서 오마르는 빈 라덴이 테러와 관련이 없으며 그를 외부에 넘겨줄 수 없다고 밝혔다. 빈 라덴은 테러공격 직후 새로운 은신처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나톨리 크바슈닌 러시아군 합참의장은 14일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에 숨어 있다" 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워싱턴〓김진.김종수 특파원, 워싱턴지사〓박성균 기자, 뉴욕〓신중돈 특파원, 홍주연.박종근 기자, 뉴욕지사〓이준환.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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