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네오콘 천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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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제2기 내각에 강경파들이 대거 득세할 조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부시 행정부 안에서 온건파였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퇴장은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도 강경 일변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 네오콘 재등장하나=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임명되고, 라이스의 자리에는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이 승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이 외교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AFP는 16일 라이스 보좌관이 최근 내셔널 리뷰와의 회견에서 "힘이 없는 정의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힘이며, 미국의 외교정책에 도덕적 콘텐트(내용물)가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던 라이스 보좌관이 강경파 쪽으로 기울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해들리 부보좌관 역시 딕 체니 부통령이 1990년대 초 국방장관이었을 때 전략무기제한협정 대표로 활동했고, 2000년 부시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보좌관을 지낸 강경파다.

그동안 사임설이 나돌던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자신의 진퇴와 관련,"대통령과 문서나 구두로 의논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정권 2기에도 국방장관으로 계속 남거나 적어도 당분간은 유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럼즈펠드가 유임하면 네오콘 이론가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체니 부통령-럼즈펠드 국방장관-라이스 국무장관-해들리 안보보좌관으로 이어지는 강성 라인이 전면에 포진하면 미국 외교가 강경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파월 장관과 함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대북 협상 창구였던 국무부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도 물러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반면 대북 강경파인 볼턴 차관은 국무부의 제 2인자인 부장관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한편 백악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했던 마이클 그린 국장도 사임설이 나돌고 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 한반도 정책 어디로 가나=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의 제2기 내각에서 파월 장관보다 더 온건론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계속 강조해 왔고, 이라크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 핵 시설 폭격을 결정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6일 "파월 장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파월의 퇴진이 반드시 온건 정책의 퇴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무부 볼턴 차관은 평소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와 경제 제재,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등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 지연시킬 경우 각종 제재조치를 강행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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