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빈 라덴 신병인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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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44)을 이번 동시 다발 테러의 총지휘자로 지목할 경우 신병을 인도할 것인가.

빈 라덴은 현재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간다하르주의 사막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과 지난해 예멘에 정박 중이던 미 군함 콜호 공격의 주범으로 찍혀 미국 수사당국에 현상금 5백만달러가 걸려 있는 상태다.

미국은 과격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Al-Qaeda)를 거느리고 있는 그를 유력한 테러 배후로 보고 98년 이후 수차례 탈레반 측에 그의 인도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난 12일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인 압둘 살람 자이프는 빈 라덴 추방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제시할)증거를 검토한 뒤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 이라면서 그가 아직도 아프간 영내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물론 탈레반은 13일에는 자신들이 빈 라덴과 그의 부하를 연금 중이라는 보도는 부인했다.

문제는 미국이 조만간 빈 라덴을 테러 배후로 공식 지목하고도 테러 실무자와 배후 실세인 빈 라덴의 연결 고리를 분명히 제시하지 못할 경우 탈레반측은 이를 구실로 빈 라덴의 신병 인도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탈레반측은 "위성 전화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빈 라덴이 대규모의 조직적인 테러를 지휘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며 신병인도 요구가 시기상조라며 버티기로 맞설 조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쿠데타 정권인 탈레반을 인정하는 세계 3개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을 통한 우회적인 설득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가 13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빈 라덴의 인도요구를 담은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세정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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