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전 고려시대 연 씨앗 꽃 피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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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5월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연 씨앗 10개 중 한 개(위 사진 빨간 동그라미 안). 이들 씨앗 중 3개가 지난해 발아에 성공해 여러 장의 잎이 나왔다(아래 사진). 꽃은 7~8월께 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연(蓮) 씨앗이 700여 년 만에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연 씨앗은 지난해 5월 8일 가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이뤄진 성산산성(사적 67호·경남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내 지하 4~5m의 연못 발굴 현장에서 10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탄소연대 측정을 한 결과 씨앗 1개는 서기 1160~1300년일 확률이 93.8%, 나머지 씨앗 1개는 서기 1270~1410년일 확률이 95.4%로 나타나 고려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함안군 관계자가 밝혔다. 나머지 8개는 연대 측정을 할 경우 발아가 어렵기 때문에 검사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연 씨앗은 생명력이 1만여 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산산성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출토된 곳이다. 이들 연 씨앗 중 2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1개는 함안박물관에서 지난해 5월 각각 발아에 성공했다. 나머지는 실패했다. 함안박물관이 연꽃 씨앗 발아 과정을 관찰한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일 침종(씨앗 담그기)한 지 5일 만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또 같은 달 13일 첫 번째 잎이 나온 이후 8월 하순까지 여러 개의 잎이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다.

연 씨앗은 발아시킬 경우 이듬해부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이 연은 7~8월 꽃을 피울 전망이다. 함안군 농업기술센터 김종옥(55) 담당은 “지난해는 고사를 우려해 연의 세력만 키우는 영양생장만 하도록 했다. 올해 꽃피울 확률은 100%”라고 말했다. 그는 “함안이 아라가야의 본거지여서 연 이름을 아라백련(白蓮)으로 지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2000년 전 연 씨앗을 발아시켜 꽃을 피운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안=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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