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인재 키워낸 대구농림 개교 10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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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역 농업 발전을 견인했던 대구자연과학고(옛 대구농림고)가 다음달 10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개교 100주년은 대구·경북 지역 공립 중등학교로는 처음이다. 대구자연과학고는 경북고나 상원고(옛 대구상고)·대구공고보다 역사가 오래다.

대구자연과학고가 다음달 10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910년 대구공립농림학교로 개교해 100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체험을 마련해 학교를 개방하는 ‘봄의 향연’ 행사가 24일까지 3일 간 열려 학생과 시민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910년 대구공립농림학교로 시작한 대구자연과학고는 그동안 2만3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구자연과학고는 초창기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각지에서 몰려왔다. 졸업생은 공무원 등 지역 농업 발전의 기수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각계 각층의 지도자가 됐다.

관계에는 신현돈 전 내무부 장관(8회), 현석호 전 국방부 장관(17회), 김영준 전 농림부 장관(23회), 김덕엽 전 내무부 장관(29회), 구자춘 전 내무부 장관(39회), 박창규 전 대구시장(32회), 여수갑 전 농촌진흥원장(43회) 등이 대표적이다. 전성기엔 경북지역 시장·군수의 70%를 동문이 차지할 정도였다. 국회의원도 다수 배출했다. 이상조(19회)·김보영(20회)·마달천(36회)·이협우(27회)·이용택(39회)씨 등이다.

교육계에는 한명수 전 경북대 총장(26회), 손태현 전 해양대 총장(29회), 김의원 전 경원대 총장(37회), 서수생 전 경북대 대학원장(31회) 등이 있다. 또 법조인으로는 이명암(21회)·백오윤(23회)·이규진(28회)·장남수(33회) 변호사 등이 있고, 오동수 전 서울은행장(24회), 정달용 전 대구은행장(28회), 진영환 삼익THK 사장(52회) 등 경제계 인사도 배출됐다. 이밖에 이성관 전 경북대 의대 학장(25회), 김중일 전 중앙의원 원장(26회), 김정수 전 내과 원장(28회) 등 의료인과 박제생 전 문화방송 사장(21회), 김원일 소설가(47회), 안상규 양봉인(69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다.

총동창회 서석호 사무국장(50회)은 요즘 100주년 행사 준비로 바쁘다. 동창회는 100주년을 맞아 모교에 1억원을 들여 기념탑을 세우고 『100년사』를 발간한다. 8일에는 동문음악회를 연다. 서 사무국장은 “농고이면서도 시립·도립 교향악단을 거친 동문만 60여 명에 이를 만큼 음악인도 많다”고 자랑했다. 진영환 동문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1억원을 장학금으로 내 놓았다. 기념행사는 다음달 16일 열린다. 이날 ‘자랑스런 대농인’ 27명을 발표하고 모교 현관에 이들의 이름과 약력을 게시한다.

김홍주(63) 교장은 “100년 역사자료를 수집하다 최근 1911년 발간된 교지1호를 찾았다”며 “지금은 도시형 IT(정보기술) 농업인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81년 현재의 수성구 노변동 교사로 옮겼다. 부지만 33만㎡(10만평)쯤 돼 웬만한 전문대학보다 크다. 82년부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남녀공학이 됐다.

도정기 총동창회장(53회)은 “대구농림은 그동안 순박하고 성실한 인재를 많이 배출했다”며 “지금은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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