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참사]'제2의 진주만공격' 세계가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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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폭 테러를 시발로 벌어진 동시다발적인 테러공격으로 미 전역이 경악 속에 일대 혼란에 빠졌다.

워싱턴의 국무부와 국방부에서도 폭탄이 터져 불길이 치솟으면서 백악관과 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정부 건물이 모두 소개되는 등 긴급 안보 태세에 돌입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추가 테러에 대비해 긴급대피했다.

시카고 시어즈 타워 등 전국의 대형 건물은 출입이 봉쇄되거나 경계가 대폭 강화됐고 국내 항공기 이륙이 전면 금지되는 등 미 전역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들이 잇따라 충돌한 후 건물들에서 수천개의 잔해들이 떨어지면서 브루클린 거리에 뒹굴었다.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이 붕괴된 뒤 현장 주변 2~3㎞ 지역이 건물붕괴 때 나온 파편과 먼지로 하얗게 뒤덮였다. 긴급 동원된 소방차와 경찰차량은 물론 현장의 소방요원들도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조활동을 벌였다.

붕괴 당시 맨해튼 남단은 화산폭발을 방불케 할 정도의 연기에 휩싸였으며 연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는 한때 세계 최고(最高)의 높이를 자랑했던 건물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세계무역센터 화재가 비행기에 의한 테러로 확인된 뒤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한참 바쁜 출근시간에 빚어진 항공기테러사건으로 인해 사건현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많은 시민들은 비명 속에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무역센터에서 동북쪽으로 차로 10분 거리 이내에 위치한 유엔본부도 이날 항공기테러가 발생한 이후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켰으며 사고현장 일대의 상가는 거의 철시한 상태다.

○…TV 방송국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모두 세계무역센터의 오른쪽 건물이 소형 경비행기에 들이받혀 화염에 휩싸인 후 왼쪽 건물에 조금 더 큰 비행기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과 두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다가 붕괴되는 장면 등을 생생히 중계했다. 방송국들은 아울러 워싱턴으로도 화면을 돌려 국방부의 화염 장면과 백악관, 의사당 등의 직원 소개 장면을 보도했다.

○…뉴욕의 주요 테러공격 목표물의 하나로 꼽혀온 유엔본부는 세계무역센터 등의 비행기 충돌이 동시다발 테러로 확인됨에 따라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사무국 직원들이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

유엔사무국은 이날 제56차 유엔총회 개막에 맞춰 유엔본부 광장에서 거행할 예정이던 평화의 종 타종식을 취소했다. 또 이날 오후로 예정된 개막식도 현재로서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승수 외교통상장관의 유엔총회 의장 수임을 준비해온 유엔주재 한국대표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있는 중이다.

○…유엔본부 앞에 있는 유엔한국대표부와 뉴욕총영사관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비상

상황 근무요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현재 뉴욕 일원에서는 폭주하는 통화량으로 인해 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뉴욕에 친지를 두고 있는 해외 가족들로부터의 안부를 묻는 전화로 인해 뉴욕 일원은 큰 혼돈을 겪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날 2대의 여객기가 공중 납치돼 테러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공식 확인. 이중 한대는 승객 81명을 태우고 보스턴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던 AA11 편으로 공중납치돼 세계무역센터에 1차 충돌한 것으로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사고 당시 교육 개혁안을 홍보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초등학교에서 연설하던 도중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부터 첫 보고를 전해 들었다. 그는 사고 직후 즉각 성명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하고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걸어 사고 경위와 테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즉각 착수하도록 지시.

○…워싱턴당국은 테러사고 발생이후 국회의사당과 국방부와 재무부 등 관청가 일대에 대한 인원 철수작업을 개시. 미 연방항공청(FAA)도 미 전역의 공항을 폐쇄했으며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도 잠정 폐쇄됐다.

○…워싱턴의 논평가들은 이날 테러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을 촉발한 일본의 진주만 폭격에 비유하거나 남북 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 재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지역에서도 이날 오전 10시쯤 대형 여객기가 추락했다고 서머싯 카운티 공항 관리들이 전했다. 피츠버그의 WPXI-TV 방송은 공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사고기는 제너스타운 동쪽 13㎞ 지점에 추락했으나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 LA 소재 주요 연방청사와 국제공항도 잠정폐쇄됐다. 경찰은 청사와 공항 터미널 인근에 주차중이거나 운행중인 차량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테러목표가 될 수 있는 LA 시내 중심가의 상당수 고층빌딩과 박물관, 도서관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및 인근 너츠베리팜 등 위락시설과 롱비치 등 주요 항만도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유권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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