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국무 사임 각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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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사임에 대해 세계 각국이 아쉬워 하는 표정이다. 강경일변도 외교정책을 구사해온 부시 행정부 내에서 균형감각을 갖춘 합리적 인사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응은 2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담고 있어 주목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파월과의 관계는 매우 진심어리고 생산적이었다" 고 말했다고 프레드 에커드 유엔 대변인은 전했다. 에커드 대변인은 아난 총장이 이날 아침 뉴스를 통해 사임 소식을 들은 뒤 파월과 통화했다면서 "파월의 다자주의는 유엔으로부터 환영받아왔다"고 강조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대표는 파월에 대해 "유럽과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면서 파월과 함께 일했던 것은 보람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 중이던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파월은 독일의 친구였다"면서 파월이 주독 미군으로서 훌륭하게 근무할 당시 독일에 대해 잘 알고 좋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셔 장관은 이어 "우리는 매우 어려운 현안들에 대해서도 우호적이고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면서 "신뢰가 가는 상대였던 파월 장관의 그동안 협력에 대해 감사하며 그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고 밝혔다.

독일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외교통인 볼프강 쇼이블레 원내 부총무는 "파월은 대서양 양안 관계에서 신뢰감을 주는 대화 상대였다"면서 "우리는 그에게 감사와 존경을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권 반응도 아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15일 CNN과 회견에서 파월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모두가 존경하는 방식으로 일했으며 온건파를 대변했다"고 평했다.

사이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내각장관은 파월 장관에 대해 "공명정대함과 위엄있는 태도로 큰 존경을 받았다"며 "그는 국제정치에 족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분석가인 압둘 칼레크 압둘라는 파월이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연금상태에 있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방문한 몇 안되는 외국 사절이었으며 이라크전을 반대했다며 중동인들은 그의 노력을 높이 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동의 국제정세 분석가들은 파월이 물러났어도 부시 행정부의 강경,친이스라엘 중동정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바논의 정치분석가인 알리 하마데흐는 파월 장관이 유엔승인 없는 이라크전을 반대했지만 전쟁이 강행됐듯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온건파와 강경파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원래 다음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사후 팔레스타인 정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중동평화중재 회담에 참석하고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부시 행정부 집권 2기의 내각 개편은 예상됐던 일"이라고만 언급했다.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내각장관은 "파월 장관 후임자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파월 장관은 비범한 인물로 매우 오랜 기간 이 나라의 좋은 친구였다"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라크 전쟁 등 국제현안을 다루면서 각별한 우정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에 대해 "너무나 좋은 사람이자 위대한 군인이며 정치인이었다"고 칭송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사임한 파월장관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앞서 보여준 외교적 수완은 '우리시대 최고의 공적 임무 수행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파월 장관이 3일 전 제출한 사표를 수리한 이날 "그는 군인이자 외교관, 지도자, 정치가, 위대한 애국자"라며 "그는 재임 4년동안 미국의 대테러전에 협조하는 새로운 우방들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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