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북한 억지를 대변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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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에서 김영선 최고위원(右)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이란 주장에 대해 '일리있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다. "노 대통령이 그만두어야 할 사안"이란 말까지 나왔다.

아침회의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어떻게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정책을 공개 비판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마치 그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지…"라며 "노 대통령의 해명과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받아서 "국가이익과 안보를 담보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김정일로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비공개 의총에선 의제가 아닌데도 비판이 쏟아졌다. "당의 대처가 무르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정형근 의원은 과거 김영삼 정부 때 북핵 위기.제네바 협정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억지 논리를 한국 대통령이 대변하는 것은 유엔에 대한 도전이고, 한.미 공조를 파기할 뿐 아니라 기존 대북 정책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대통령이 그만둬야 할 사안인데 당이 왜 이렇게 (대응하지 않고)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의총에서 성명을 채택했다. 북핵 개발이 일리 있다고 한다면 남북대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또 국제 공조 기반을 침해했고 한.미 간 인식차를 분명히 노출시켜 한.미관계에 균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질타는 본회의장으로도 이어졌다. 이재창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이) 한.미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통상 압력이 더욱 거세지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해찬 총리는 "노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 '북핵 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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