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비상' 설마가 무방비 확산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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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콜레라 비상이 걸렸다.

경북 영천의 국도변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른 손님들 가운데 이틀에 걸쳐 7명의 설사환자가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 데다 초동대처 허술 등 방역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콜레라 환자 확산 일로=영천 음식점 콜레라 환자는 지난 2일 3명이 양성으로 판명된 데 이어 추가로 4명이 발생, 모두 7명으로 늘어났다.

경북도 보건당국은 3일 "영천시 고경면 가수리 '25시 만남의 광장' 기사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한 정모(69.여.경주시 강동면 양동리)씨 등 의증환자 4명이 콜레라 환자로 추가 확인됐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은 지금까지 2차 전염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콜레라 보균자들이 가족들에게 콜레라를 전염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환자들을 격리해 치료 중이다. 또 이 날짜로 기사뷔페식당을 1년간 폐쇄조치했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콜레라로 확인된 환자 7명 이외에도 나머지 입원환자 6명, 설사환자 등 지난달 23~27일 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손님과 그 가족 등 1백12명을 찾아내 가검물을 채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콜레라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문제가 된 음식점은 국도변에 위치, 화물차 운전자 등 하루 이용객 수가 2백~5백여명으로 아직 파악되지 않은 대상자가 2천여명이나 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 허점 드러낸 방역체계=2일 콜레라 양성반응으로 확인된 트럭운전사 李모(35.영덕군 영덕읍)씨가 설사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 밤. 그날 저녁 문제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트럭을 몰고 전남 무안에 들른 그는 설사증세로 한 병원에서 링거주사까지 맞았지만 이튿날 귀가 후에도 증세가 계속돼 영덕 제일병원을 들렀다. 하지만 영덕보건소에 설사환자로 첫 보고된 것은 지난달 29일.

李씨가 통원치료를 받던 영덕 제일병원이 울산지역 콜레라 환자 발생(29일) 이후 보건소가 설사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하자 뒤늦게 통보, 첫 내원 뒤 4일이 허송된 셈이다.

설사환자 모니터링은 콜레라 등 전염병 발생에 대비, 보건소와 병원이 연중 실시하며, 특히 5월 초~9월 말하절기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영덕보건소 관계자는 "병원측이 처음엔 환자의 설사증세를 경미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고 말했다. 보건당국과 병원 둘 다 10년마다 돌아오는 콜레라 발생주기에 대비해 8월 초부터 설사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란 기본지침에 소홀했던 것이다.

◇ 환자 관리도 엉망=설사증세로 지난달 28일 영남대의료원 부속 영천병원 311호실에 입원한 李모(67.여.영천시 야사동)씨의 경우 병원측은 2일 보건당국이 콜레라 환자로 발표한 뒤에도 李씨가 콜레라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

때문에 2일 밤까지 외부인의 출입이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콜레라 환자의 경우 보건당국은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해당 병원에 구두로 콜레라 환자라는 사실을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영천보건소측은 2일 오전 병원측에 이 사실을 구두로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병원측은 2일엔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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