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꽃선녀님'서 빙의·사고 등 충격 장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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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 신기가 들린 20대 여성. 생모인 무당 집에 찾아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린다. 공중에선 "꼴 좋게 됐다, 몹쓸 년들"이란 귀신 목소리도 들린다. 갑자기 무당도 눈이 이상해지면서 젊은 여성에게 달려들다 쓰러졌다. 무당은 방바닥에 누워 속치마가 다 보이도록 몸부림친다.

#2. 정신이 돌아온 20대 여성. 이번엔 택시를 타고 강으로 가더니 "나 같은 거 죽어야 해"라며 물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뒤따라온 남자친구. 말리기가 여의치 않자 "같이 죽자"며 자기도 강물로 들어간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기 힘든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이는 지난 8일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왕꽃 선녀님' 107회의 시작 부분. '오후 8시20분'이라는 가족시청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로서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다. '왕꽃 … '은 12일에도 초원(이다해)이 병원 옥상에 올라가 자살하려는 장면을 내보냈다. 또 초원이 신내림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연달아 사고가 터진다. 초원의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고, 남동생은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외삼촌은 층계에서 굴러 머리를 다쳤다. 뿐만 아니라 임신까지 한 미영(박탐희)에게 난데없이 옛 애인의 어머니가 등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희강(한진희)과 소정(정애리)의 불화도 최근 불거졌다.

이에 대해 상당수 시청자는 "아주 불안불안해서 보는 내내 힘들군요"(ID NEOLMH), "드라마가 진짜 공포물이 되는 거 같네요"(BRANDON13) 등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근 '왕꽃 …'에 갈등 요소가 총출동하는 데는 작가 교체가 큰 이유다. 임성한 작가가 지난달 27일 방영된 99회를 끝으로 집필을 중단하자 신인 김나현 작가가 긴급 투입됐다. 제작진도 "새 작가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버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초반 시청률 부진을 초원의 빙의 장면과 입양아 비하 파문 등으로 이겨낸 '왕꽃 …'으로선 '자극적인 설정=시청률 상승'이란 학습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침 시청자 게시판에는 "독한 약 자꾸 쓰면 잘 안 듣습니다. 자꾸만 독한 약 먹이면 시청자들은 식상해 한답니다"(ICARSDRM)라는 따끔한 충고가 올라와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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