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가슴 졸인 13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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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초조하고 답답한 '13승의 금요일' 이었다. LA 다저스가 5 - 4로 앞선 9회초 무사 1, 3루. 동점 또는 역전의 위기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의 4번 타자 토드 헬튼은 볼카운트 1-2에서 무려 11개의 투구를 연속으로 파울볼로 걷어냈다.

마운드의 제프 쇼는 계속해 흐르는 땀을 씻어냈고 양팀 더그아웃과 관중석에는 물을 끼얹은 듯 침묵이 흘렀다. 회심의 16구째, 헬튼의 방망이가 헛돌았고 삼진으로 물러나며 분위기가 다저스쪽으로 흘렀다. 쇼는 이후 제프 시릴로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 3루 주자를 잡아냈고 마지막 타자 후안 유리베를 삼진으로 낚아올려 짜릿한 승리를 팀에 안겼다. 그리고 그 승리는 박찬호(28.다저스)의 몫이 됐다. 행운의 13승째였다.

박찬호는 31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5와3분의2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 8안타.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으나 타선의 지원과 구원투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이어갔다.

박찬호는 6회까지 매회 안타를 허용했고 만루의 위기도 두번이나 초래했다. 직구의 제구력이 흔들려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졌다. 1백7개의 투구 가운데 직구가 54개, 변화구가 53개로 대부분의 결정구를 변화구에 의존했다.

다저스 타선은 0 - 2로 뒤지던 2회말 무사 1, 3루에서 마크 그루질라넥의 병살타로 1점을 따라붙은 뒤 3회 아드리안 벨트레, 4회 개리 셰필드, 5회 채드 크루터가 각각 홈런포를 뿜어내 5 - 4의 리드를 잡았다.

홈 3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난 다저스는 지구 1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를 4.5게임으로 좁혔고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승차는 1게임으로 유지했다.

13승9패, 방어율 3.05를 기록한 박찬호는 오는 6일 오전 10시 '투수들의 무덤' 으로 불리는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로키스를 상대로 14승에 도전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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