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사회보장 비용 가구당 월 20만원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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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도시 근로자 가구가 한달에 세금과 공적 연금,의료 보험료 등으로 내는 돈이 20만7천5백원으로 처음으로 20만원을 넘어섰다.

우리 사회가 의료 및 복지 혜택이 늘어나는데 맞춰 지갑을 더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는 월평균 2백47만6천원을 벌어 1백97만4천원을 썼다.

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6.2%(14만5천원)늘었는데 배우자가 지난해보다 16.1%,다른 식구들이 17.9% 더 벌었기 때문이다.가구당 평균 취업 인원은 1.51명에서 1.53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소득 증가의 빛이 바랬다.1995년 기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백95만6천원으로 0.8%(1만7천원)늘어나는데 그쳤다.99년 2분기(마이너스 0.2%)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지출은 8.2% 증가해 소득증가율(6.2%)을 넘어섰다.특히 주거비가 15.3% 증가했는데,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월세마저 올랐기 때문이다.월세는 2분기에 22.4% 올랐다.

각종 세금과 공적연금,사회보험 등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난 점도 지출을 늘리는데 한몫했다.국민연금보험료와 퇴직기여금 등 공적연금이 6만5천원으로 11.6% 늘었고,의료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비는 4만원으로 18% 증가했다.

사회보장을 위한 지출 증가가 소득 증가율보다 높다.세금은 10만3천원으로 4.8% 많아졌다.

조세연구원 성명재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이 정비되면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가구도 생기겠지만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의 납부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부담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체가구 중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5분위)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배율은 5.04로 올 1분기 5.76,지난해 2분기 5.28보다 낮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고 소득 상위계층의 소득에서 퇴직금과 중간정산금 등 비경상소득이 줄어 소득격차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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