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탱크공해' 못참아… 파주주민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29일 오후 1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323번 지방도로 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로 입구쪽을 살피며 혹시나 미군 탱크가 지나가는지 감시하고 있다. 37번 국도에서 마을로 연결되는 인근 적성면 자장리 마을 안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평면 장파리과 적성면 자장리 일대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마을 안길과 농지를 지나며 소음과 분진을 일으키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미군 탱크에 맞서 '전쟁' 을 치르고 있다.

◇ 주민 피해=주민들은 "3~4년 전부터 미군 탱크의 훈련 횟수와 규모가 점차 커지고 마을 안길로 탱크 이동이 잦아지면서 축산단지 내 젖소들의 산유량이 줄고 있다" 며 "마을 안길에 널어 놓은 벼를 깔아 뭉개고 지나가기도 한다" 고 주장했다.

장파1리 정인호(48)이장은 "훈련장 내 4천평에서 귀리농사를 짓던 주민의 경우 밭 전체가 망가지는 피해를 입은 뒤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고 말했다.

◇ 주민 반발=주민 40여명은 마을 인근인 적성면 장좌리에 있는 1백70만평 규모의 미군 탱크훈련장(다그마 훈련장)을 오가는 탱크의 마을 통과를 중단하라며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트랙터 등 농기계를 동원, 탱크 앞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였다.

이후 사흘동안 중단됐던 훈련이 지난 20일 재개되자 주민 50여명이 28일 오후 1시30분쯤에는 적성면 자장리쪽 도로에 트랙터를 세워두고 1시간 가량 탱크 통행을 또 다시 저지하다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주민들은 물리력을 동원해 탱크 통행을 계속 막아나갈 예정이다.

주민들은 "38년 동안 농토가 공여지(供與地)로 징발된 것도 원통한데 미군이 농작물 피해에 나몰라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고 말했다.

◇ 대책=주민들은 주민들의 피해를 즉각 보상하고 훈련장을 폐쇄한 뒤 농경지를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2사단 작전 부사단장 벨거트 준장은 최근 파주시청을 방문, 송달용(宋達鏞)시장에게 "원활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 을 요청했다.

宋시장은 이 자리에서 "사용하지 않는 훈련장 부지를 돌려달라" 고 요청했으며 미군측은 "상급부대에 건의하겠다" 고 답변했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