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구글에 또 독설 퍼부은 잡스 “포르노 보고싶으면 안드로이드로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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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을 향한 스티브 잡스(54·사진)의 독설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그가 같은 나라의 경쟁사 구글을 향해 또다시 가시 돋친 화살을 쐈다.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가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는 1~3월에 전 세계적으로 900만 대 가까운 아이폰을 팔아치우는 등 좋은 경영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경쟁사에 대한 전의(戰意)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독설은 잡스가 애플 고객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 등장했다. 미 정보기술(IT) 블로그인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일부 시사풍자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과 포르노 앱을 애플이 차단해 온 것이 유감’이라는 한 고객 질문에 답하면서 다소 ‘흥분’했다. 그는 ‘시사풍자 앱을 차단한 것은 실수지만 포르노는 아니다. 포르노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안드로이드폰을 사면 된다’고 격앙됐다.

잡스가 포르노 앱과 구글을 연관 지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 아이폰 4.0 운영체제(OS)를 공개하면서 “안드로이드에는 포르노 숍이 있어 내려받을 수 있다. 여러분의 자녀도 포르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글에는 동갑내기 CEO이자 옛 동료인 에릭 슈밋이 있다. 두 사람은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할 때만 해도 구글의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슈밋은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애플의 사외이사를 맡는 등 관계가 돈독했다.

구글이 스마트폰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올 초 자체 스마트폰 넥서스를 출시하면서 잡스와 슈밋의 우정에 금이 갔다. 잡스는 올 초 넥서스의 실체가 드러나자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배신”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애플은 ‘의리’를 지키려 구글이 장악한 검색시장에 손대지 않았는데, 구글이 애플의 텃밭을 침범해 신사협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시장에서도 두 사람은 부닥쳤다. 잡스는 구글의 주수입원인 온라인 광고시장에 진출했다. ‘콰트로 와이어리스’라는 모바일 광고업체를 올 초 인수하고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아이애드(iAd)’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달 말 미 실리콘 밸리 팰러앨토 커피숍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해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아이애드의 발표와 잡스의 연이은 ‘포르노 발언’으로 억측이었음이 확인됐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태블릿PC를 놓고 또 한번 두 사람이 충돌할 걸로 내다봤다. 애플의 아이패드에 이어 구글도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다.

애플은 이 회사 회계연도 기준으로 2분기(올 1∼3월)에 미 월가 예상을 웃도는 영업실적을 올렸다. 증시에서는 매출이 100억∼125억 달러일 것이라 내다봤지만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한 규모다. 순이익은 무려 90%가 급증한 30억7000만 달러였다. 875만 대가 팔려 예상치(700만∼800만 대)를 훌쩍 넘긴 아이폰이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4~6월) 실적도 만만찮을 걸로 보인다. 이달 초 출시한 아이패드가 판매 일주일 만에 45만 대 팔려나갔고, 새 모델이 준비 중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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