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그가 같은 나라의 경쟁사 구글을 향해 또다시 가시 돋친 화살을 쐈다.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가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는 1~3월에 전 세계적으로 900만 대 가까운 아이폰을 팔아치우는 등 좋은 경영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경쟁사에 대한 전의(戰意)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독설은 잡스가 애플 고객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 등장했다. 미 정보기술(IT) 블로그인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일부 시사풍자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과 포르노 앱을 애플이 차단해 온 것이 유감’이라는 한 고객 질문에 답하면서 다소 ‘흥분’했다. 그는 ‘시사풍자 앱을 차단한 것은 실수지만 포르노는 아니다. 포르노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안드로이드폰을 사면 된다’고 격앙됐다.
잡스가 포르노 앱과 구글을 연관 지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 아이폰 4.0 운영체제(OS)를 공개하면서 “안드로이드에는 포르노 숍이 있어 내려받을 수 있다. 여러분의 자녀도 포르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글에는 동갑내기 CEO이자 옛 동료인 에릭 슈밋이 있다. 두 사람은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할 때만 해도 구글의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슈밋은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애플의 사외이사를 맡는 등 관계가 돈독했다.
구글이 스마트폰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올 초 자체 스마트폰 넥서스를 출시하면서 잡스와 슈밋의 우정에 금이 갔다. 잡스는 올 초 넥서스의 실체가 드러나자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배신”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애플은 ‘의리’를 지키려 구글이 장악한 검색시장에 손대지 않았는데, 구글이 애플의 텃밭을 침범해 신사협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시장에서도 두 사람은 부닥쳤다. 잡스는 구글의 주수입원인 온라인 광고시장에 진출했다. ‘콰트로 와이어리스’라는 모바일 광고업체를 올 초 인수하고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아이애드(iAd)’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달 말 미 실리콘 밸리 팰러앨토 커피숍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해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아이애드의 발표와 잡스의 연이은 ‘포르노 발언’으로 억측이었음이 확인됐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태블릿PC를 놓고 또 한번 두 사람이 충돌할 걸로 내다봤다. 애플의 아이패드에 이어 구글도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다.
애플은 이 회사 회계연도 기준으로 2분기(올 1∼3월)에 미 월가 예상을 웃도는 영업실적을 올렸다. 증시에서는 매출이 100억∼125억 달러일 것이라 내다봤지만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한 규모다. 순이익은 무려 90%가 급증한 30억7000만 달러였다. 875만 대가 팔려 예상치(700만∼800만 대)를 훌쩍 넘긴 아이폰이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4~6월) 실적도 만만찮을 걸로 보인다. 이달 초 출시한 아이패드가 판매 일주일 만에 45만 대 팔려나갔고, 새 모델이 준비 중이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