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 당무거부] 긴 후유증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당무 거부 파문은 일과성으로 봉합됐지만 길고 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는 그만큼 여권 내부의 갈등이 심각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7일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일부 참모진에 대한 金대표의 불만이 폭발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맞아 권력투쟁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고 분석했다. 당과 청와대 비서진간의 갈등과 함께 차기 후보군의 물밑 경쟁까지 뒤엉켜 복잡함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8월 당정 개편설을 사태 발단으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 교체설이 강력히 대두되고,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 등이 발빠르게 차기 대선을 향해 달리자 金대표 나름대로 구로을 재선거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동시에 金대표는 '당 우위론' 과 함께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6월 정풍파 초.재선들이 주장했던 당.정.청와대 개편론과도 부분적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金대표가 구로을 출마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여권 내부의 반격도 표면화됐다. 반대파의 논리는 "金대표가 나가면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당 대표직을 갖고 나간다면 당에 지나친 위험 부담을 준다" 는 것 등이다.

"金대표가 개인적 욕심만 차리려고 한다" 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양측이 충돌하기에 이르렀고, 金대표가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무 거부는 한나절로 끝나면서 사태는 봉합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 金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재선 의원은 "金대표의 구로을 출마에 부정적 발언을 한 청와대 인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공천을 당에서 주도해야 한다" 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와 당 사이의 상황인식엔 차이가 크고 쉽게 좁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 고 했다.

수습 방안으로는 당정 개편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불협화음이 노골화한 이상 ▶청와대와 당을 모두 개편하거나▶어느 한쪽이라도 경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는 주장이다. 金대통령이 제3의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金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여권 내부에서는 "수습을 잘못하면 여권의 분열로 金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조기에 촉발될 수 있다" 고 우려하고 있다.

이양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