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보호주의 여론이 한창이던 시절. 주인공은 농산물을 쏟아부으면 자동차를 뱉어내는 경천동지의 기계를 발명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해변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에 들어갔다. 물론 공장 내부는 극비였다.
이곳에서 나온 차는 다른 회사 것보다 값이 싸고 질도 좋았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쑥쑥 높아졌다. 이곳에 납품하는 농민들도 신이 났다. 우울한 쪽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 새로운 경쟁자 때문에 가격인하와 함께 구조조정과 신기술 개발에 내몰렸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신문기자가 이 회사에 불만을 품은 근로자에게서 제보를 받는다. 공장에 잠입한 기자는 생산현장을 취재해 회사의 비밀을 폭로한다.
공장 내부는 텅 비어 있고 바닷가엔 대형 선착장이 있었다. 한쪽에선 해외로 내갈 농산물을 선적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외국서 도착한 배에서 차를 하역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농산물로 차를 만든 게 아니라 농산물을 수출하는 대신 차를 수입해 팔았던 것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자 공장은 문을 닫고 만다. 다른 회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 후 다시 자동차 값은 오르고 농민들은 판로를 잃었다.
이 우화는 보호주의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호주의는 자기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장을 없애는 것이나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원래 이 얘기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보호주의 성향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품목을 바꿔 대입하면 우리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예컨대 자동차를 원료로 값싸고 질 좋은 쌀을 만드는 공장 얘기라면 어떨까. 이를 없애면 국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논을 갈아엎는 셈이 된다.
정부는 쌀값이 내려도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쌀 농가에 소득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개방의 고통을 덜어줄 진통제인 셈이다. 그럼 남은 일은 무엇일까. 우화 속 '쌀 공장'의 폐쇄가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일 것이다.
남윤호 패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