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ETF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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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지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오히려 쑥쑥 크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데다, 언제든 장내에서 팔고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이 부각되면서다. 여기에 올 들어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대표적이다.

◆신종 ETF 인기=가장 일반적인 ETF는 수익률이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들이다. 레버리지·인버스도 지수를 따라가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따라가는 속도나 방향이 다르다. ‘삼성 코덱스 레버리지’의 경우 하루 수익률이 코스피 200지수 변동 폭의 두 배가 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코스피200지수가 1% 올랐다면 ETF의 수익률은 2%가 된다. 반대로 지수가 1% 내리면 ETF는 수익률은 2% 떨어진다. 인버스는 한마디로 ‘청개구리’다. 지수가 내리면 수익이 나고, 오르면 손실이 난다.

이들 상품의 등장으로 ETF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는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들이 독주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레버리지·인버스 등 신종 ETF의 인기가 높아지며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코스피 200 ETF를 추월하는 경우도 생겼다. 상장도 늘었다. 미래에셋맵스의 ‘타이거200(2X)’, ‘타이거200인버스’, KB자산운용의 ‘K스타 레버리지’, 우리자산운용의 ‘코세프 인버스’ 등이 최근 잇따라 선보였다.

◆용도가 다르다=이들 신종 ETF는 투자 용도가 분명하다. 삼성증권 김두남 ETF 2팀장은 “레버리지의 경우 지수 상승률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향후 지수가 오를 것으로 보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때 투자자들은 보통 ‘급등 종목’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종목을 골라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럴 때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대안 상품이 레버리지 ETF다. 코덱스 레버리지의 경우 2월 19일 상장 이후 14.5%의 누적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7.9% 상승했다.

인버스는 위험을 줄이는 용도에 적합하다. 예컨대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우량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지수 하락 시 굳이 이를 팔고 싶지 않을 때 인버스 ETF를 사면 어느 정도 주가 하락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묻어두지 마라=보통 펀드는 긴 호흡으로 투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레버리지·인버스는 묻어두면 안 된다. 레버리지는 길어야 3~6개월, 인버스는 한 달 이내로 짧게 투자하는 게 좋다.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지도, 꾸준히 하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반 ETF보다 위험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인버스의 경우 그리스 재정 위기에 지수가 하락하자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이 한때 9%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20일 기준으로는 -1.5%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ETF의 거래량이 많은 것도 그만큼 투자자들이 사고파는 주기가 짧다는 의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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