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전망대] 중국관광지 돈… 돈…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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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푸퉈산(普陀山)이 어디쯤 붙어 있는지는 중국인들도 잘 모른다.

그러나 중국 불교 신자에겐 일종의 성지(聖地)같은 땅이다. 상하이(上海) 앞바다에 떠 있는, 서울로 치면 연평도쯤에 해당하는 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매우 친숙한 섬이기도 하다. 중국의 절경을 담은 그림엽서나 포스터의 상당 부분이 이 섬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찰로 가득찬, 절경의 섬이다.

아이들을 앞세운 휴가 여행지로 선뜻 이 섬을 짚었다. 선미(禪美) 은은한 곳에서의 고즈넉한 휴식은 상당히 매력적일테니까.

상하이 교외 루차오강(蘆潮港)을 떠나 뱃길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푸퉈산은 그러나, '돈' 으로 우릴 맞았다. 이른바 입도비(入島費) 명목으로 1인당 60위안(약 1만원)을 요구했다. 중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아직도 3백~4백위안에 머물러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지나친 액수다. 사찰과 자연관리에 필요한 돈이겠거니 생각하고 군소리없이 돈을 치렀다.

그러나 섬 전체가 '돈' 이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풍경 한자락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고찰인 보제선사(普濟禪寺).법우선사(法雨禪寺).선인정(仙人井)등 불교 유적지는 물론 천보사(千步沙).백보사(百步沙) 같은 자연관광지도 악착같이 10~20위안씩의 입장료를 받았다. 적게는 둘, 많게는 5~6명씩 몰려 있는 입장료 징수원들은 아이들의 키를 일일이 살펴가며 '온표' 를 받아야 할지, '반표' 를 받아도 되는지, 아예 무료입장인지를 챙겼다.

사오싱(紹興)을 거쳐 도착한 항저우(杭州)도 서호(西湖)라는 거대한 관광지를 팔아먹고 사는 도시였다. 곳곳에서 입장료를 받았고, 여기저기서 바가지가 춤을 췄다. 물가는 다락같이 비쌌고, 상인들의 눈은 반들거렸다.

홍콩으로 돌아와서 펴든 신문들의 중국면 머리기사 제목은 '잔장(湛江)에서 상하이까지 톨게이트 2백곳' 이었다. 트럭운전사들이 광둥(廣東)성 남단 잔장시에서 장쑤(江蘇)성 내 상하이까지 물건을 나르는데 무려 2백개의 톨게이트가 있고 2천위안(약 30만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고발성 기사다.

"못살겠다" 는 운수업자들의 불만에 광둥성 정협(政協)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곁들였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꿈꿨던 신(新)중국' 은 이렇게 자본주의적인,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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