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캐시미어 올가을 패션 유행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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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언제나 그렇듯 올 가을에도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한 것이 있다. 변치 않은 것을 꼽으라면 첫째는 봄부터 계속돼온 블랙의 유행.

상반기가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한 비대칭을 보여주었다면 하반기는 좀 더 블랙을 강조할 조짐이다. 블랙을 이용한 수트나 원피스 등 전체를 블랙으로 연출한 패션 경향이 각 브랜드와 쇼에서 이미 선보였다.

블랙 자체만으로는 소재의 변화로 좀 더 부드럽고 정리된 느낌을 주는 것이 차이점. 카멜을 비롯한 브라운 컬러 역시 올 가을의 또 다른 유행 컬러다.

짙은 초콜릿 컬러, 부드러운 베이지 등 따뜻한 컬러들이 많아졌고, 다소 심심한 블랙과 브라운에는 포인트 컬러로 레드나 오렌지 등이 뜰 조짐이다.

컬러의 변화와 달리 소재 면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캐시미어가 부각되고 있다. 매니시한 수트와 여성스러운 미디길이의 스커트가 돌아오면서 스웨이드와 벨벳.새틴.실크 등 고급스러운 소재들도 눈에 띄고 있다.

작년과 같은 퍼 소재의 유행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지만 스웨이드와 가죽을 이용한 자연소재 만큼은 재킷이나 바지.스커트 등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다.

올 가을 구체적인 유행 예감 아이템으로는 핀 스트라이프의 블랙 정장이나 기하학 프린트의 시폰 또는 실크 블라우스를 꼽을 수 있다. 정장은 기본으로 돌아간 원버튼의 싱글 재킷이 많아져 블랙 정장에 짙은 블루 컬러의 셔츠를 매치하거나 화려한 프린트의 시폰 블라우스를 연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수트는 남성적인 라인을 기본으로 여성스런 부드러움을 가미한 것이 특징. 재킷의 길이는 길어지고 바지는 몸의 선을 그대로 보여주던 시가렛 팬츠등이 사라지고 헐렁한 통바지가 등장했다. 스커트의 길이는 비교적 다양한 편.

여성스럽고 우아한 무릎길이 스커트는 여전히 대중적이지만,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미니스커트나 발목 위로 올라선 롱스커트도 눈에 띈다. 길이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앞이나 옆에 트임이 들어간 디자인의 스커트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체크 무늬 니트와 헌팅캡,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높은 굽의 승마부츠 등 영국풍 의상도 선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더블 버튼의 트렌치 코트는 여전히 강세지만 올해 만큼은 허리를 꽉 졸라매 X라인으로 연출된 모습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트렌치 코트 만이 아니라 니트나 재킷 등에서도 벨티드 아이템은 대중적인 추세. 수트의 유행과 함께 두드러지는 블라우스의 유행은 퍼프 소매나 프릴&러플, 레이스의 사용으로 빅토리아 풍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유행 스타일을 '오디너리 룩(Ordinary Look)'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수트나 니트 등에서 엿보이는 경향이 일상적인 패션의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한동안 트렌디한 패션과 아이템들에 휩싸여 있던 이들도 올해 만큼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상대적으로 더 화려하고 다양해진 유행 소품으로 이 의상들을 색다르게 연출하는 재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성중앙21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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