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 @ 전국] 각광 받는 숲유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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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청이 운영하는 ‘숲유치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치커리·옥수수·쑥갓을 심고 있다. 숲 유치원은 11월까지 운영된다. [성북구 제공]

19일 오전 11시 서울 정릉동 북한산 입구의 ‘북한산 숲체험장’. 베이지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어린이 30여 명이 체험장 한쪽의 연못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친구들, 물속에서 낙엽 밑이나 바위에 붙은 도롱뇽 알을 찾아볼까요.” 숲 해설가 김화정(42)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투명한 순대’처럼 생긴 도롱뇽 알을 찾아 가리키기 바쁘다. “개구리와 다르게 도롱뇽은 꼬리가 있는데, 물갈퀴가 없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속에서 헤엄친다”는 박씨의 말에 아이들이 “와” 하며 탄성을 지른다. 박민혁(6·정릉중앙어린이집)군은 “달걀처럼 하얀 알일 줄 알았는데 투명해서 신기하다”며 웃었다.

성북구청이 지난해 문을 연 ‘숲유치원’의 모습이다. 구청은 관내의 6개 유치원을 뽑아 4월부터 11월까지 주 3회 수업을 하고 있다. 유치원을 위해 숲 해설가 7명을 뽑고 50억원을 들여 북한산 숲체험장의 일부를 개조했다. 올해에는 20여 곳이 넘는 유치원이 신청해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섰다. 수업료는 공짜다.

숲유치원은 1950년대 중반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전인교육·생태교육의 장으로 입소문을 타고 스위스·독일 등으로 확산됐고 독일의 경우 1000여 개의 숲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숲유치원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건물이 따로 없다. 숲 속의 자연이 교육 공간이자 놀이터가 된다. 나뭇잎·잡초·꽃과 같은 자연의 소재가 놀이도구다. 아이들은 낙엽으로 만든 공으로 놀이를 하고, 쇠뜨기 풀로 블록 쌓기를 한다. 계절에 따라 소재가 바뀔 뿐이다. 숲해설가 박정숙(55)씨는 “처음에는 흙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아이들이 벌레를 봐도 ‘꽃에 열매를 맺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넉넉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숲에서 4계절의 변화를 체험하고 이를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 8개월간 숲을 관찰하며 “숲이 옷을 바꿔 입었다”거나 “나뭇잎이 부딪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며 보고 느낀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박씨는 “숲은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우고 사고력·창의력을 키워주는 종합교육장”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용정산림공원의 ‘숲유치원’도 한 달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면적은 11㏊로 산림청 산하 보은국유림관리사무소가 운영하며 3명의 숲해설가가 교육을 맡는다. 숲해설가의 설명과 체험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북부지방산림청은 2008년부터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청량산 숲유치원 등 북부지방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는 지역 특성에 따라 1~4개의 숲유치원을 개설해 모두 13개의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숲유치원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숲을 둘러보고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숲 해설가 강미옥(47·여)씨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매달 신청할 정도로 예약이 밀려 월별로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원에 교실을 만들어 계절에 관계 없이 아이들이 편하게 체험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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