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석기시대 역사 다시 쓰여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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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구석기시대 역사가 다시 쓰여질 위기에 놓였다.

지금까지 발굴돼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인정 받았던 많은 유적들이 날조된 것으로 판명되거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1일 "구석기 시대 유적 가운데 상당수에서 재검증 작업이 진행된 결과 일본의 구석기 시대상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며 "널리 알려진 구석기 시대 인골조차 당시 조사가 틀렸던 것으로 판정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지난해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 도호쿠(東北)구석기 문화연구소 당시 부이사장이 홋카이도(北海道)의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유적과 미야기(宮城)현의 가미타카모리(上高森)유적을 날조한 것으로 드러난 후 일본 고고학계는 위기에 빠졌다.

일본에서 최초로 전기 구석기시대가 존재했던 사실을 입증해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미야기현의 자자라기(座散亂木)유적을 포함해 후지무라가 발굴.답사에 관여한 1백86곳이 모두 날조 의혹을 받고 있으며 33곳에서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밖에 다른 구석기 시대 유적 가운데 재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福島)현 잇도우치마쓰바야마(一斗內松葉山)유적의 경우 70만년전 원인(原人)시대보다 오래된 석기가 출토됐던 곳으로 유명했지만 이 곳도 문제가 생겼다.

이곳에서 출토된 석기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석기로 인정받아 왔으나 재조사 결과 누군가가 파묻은 것으로 보여지는 석기가 발굴돼 날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야마가타(山形)현 소데하라(袖原)3유적에서도 비슷한 석기가 발굴돼 조사단은 유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구석기 시대 인골도 조사가 잘못되거나 날조됐다는 재조사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의 구석기시대 인골 유적 가운데 20곳이 신뢰성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며 "올해 2곳을 재조사한 결과 과거 조사 결과가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고 밝혔다.

교과서에 구석기 시대 화석(化石)인간으로 실려 있는 오이타(大分)현의 히지리다키(聖嶽)동굴인간의 경우 방사능탄소 등을 이용해 연대를 재측정한 결과 중세 이후의 것으로 판명났다.

또 도치기현의 구즈우(葛生)원인과 효고(兵庫)현의 아카시(明石)원인도 구석기 시대 이후의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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