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언론플레이' J P 대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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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권을 배회하는 '유령' 이 있다. 이 '유령' 이 뿌려대는 구구한 억측과 은밀한 뒷소문은 언뜻 보자면 태풍을 예고하는 듯 엄청나다.

하지만 막상 다가서면 실체가 없다. 마치 신기루처럼 아리송하기만 하다. 이른바 'JP대망론' 이란 이름의 유령이다.

"자민련 김종필(JP)명예총재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자" 는 JP대망론은 지난 5월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당내 행사에서 처음 언급할 때만 해도 당 오너에 대한 '예우' 정도로 이해됐었다. 그러나 JP 주변의 집중적인 홍보로 요즘엔 '3여 합당→JP 대선 출마' 라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측근의 입을 빌려 'JP발언' 이란 것도 흘러나왔다. JP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삼(YS)전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김대중 대통령과 논의해 여권 단일후보를 따내겠다" 는 구상을 밝혔다는 내용이다. '신3金 연대론' 이라고 할 만하다. JP가 내일이라도 차기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JP 본인은 입을 닫고 있다. 20일에도 JP는 당사에서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별 소리 해도 내 입에선 말 안 나온다" 고 했다. 그 측근을 제외하곤 주변에서 JP로부터 딱부러지게 대선출마 의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인사는 없다.

'3金 연대론' 을 발설한 측근도 이날은 "JP가 직접 얘기한 것은 아니다" 라고 한발 뺐다. 이처럼 치고 빠져선 "언론플레이를 한다" 는 비난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이유는 알 만하다.

자민련에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정국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JP가 대권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도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섣불리 JP가 출마를 선언하면 집중견제를 받을 게 뻔하다. 이같은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변죽만 울려야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치고빠지기는 "내가 언제 출마한다고 했느냐" 고 물러설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본인은 뒤에 숨고 측근들이 여론을 떠보는 이같은 행태는 전형적인 정치권의 구습(舊習)이다. JP는 정계의 거목답게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일이다. 아니라면 측근들 입단속을 해야 한다.

김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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