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자료 e-메일 제출 왜 안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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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국정감사 준비로 바쁜 임태희(任太熙.한나라당)의원실의 김문구(金文九)비서관은 최근 한국은행으로부터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현황' 이란 자료를 e-메일로 받았다.

金비서관은 "예전처럼 책자로 받았으면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데만 며칠이 걸리지만 e-메일로 받으면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고 말했다.

김홍신(金洪信)의원실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약효동등성 시험결과' 자료를 엑셀파일 형태로 e-메일을 통해 넘겨받았다. 金의원측은 대체조제 금지품목인 데도 관계당국의 소홀로 의료보험 적용이 되고 있는 약품목록을 정리 중에 있다. "문서로 받으면 1만건이 넘는 약품목록 정리는 엄두도 못낸다" 고 설명했다.

이제 인터넷과 e-메일은 국감의 필수도구로 자리잡았다. 과거엔 피감기관에서 직접 회관을 방문해 자료를 전달했으나 이젠 대부분의 의원실에서 e-메일 발송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땐 자료요청이 6만5천여건으로 사상최대였다. 인쇄비용만 40여억원에 달했다. 의원실에선 해당자료를 다음해 국감을 앞두고 폐기하니 혈세낭비인 셈이다. 국회와 정부가 협의를 거쳐 감사자료 전상망을 개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위 관계자는 "국회요구자료를 의원별.피감기관별.주제별 등으로 정리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으면 훨씬 경제적이고, 행정정보 공개에 도움이 된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은 국감 자료를 반드시 '문서' 로 제출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전자문서는 정식자료로 인정받지 못한다. 일단 e-메일을 보낸 뒤 다시 문서제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9월 여야 의원 24명이 '문서' 개념에 e-메일.디스켓 등을 포함토록 국회법 개정안을 냈지만 아직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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