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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8 · 15 경축사에 담긴 뜻] 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향후 국정운영 기조를 '개혁과 화합' 으로 제시했다. 金대통령이 추진해온 국정방향이 개혁이며, 여야 정치권에 요청하는 것이 화합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화와 화합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것" 이라고 청와대 비서진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세계 일류국가라는 미래를 위해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만과 고통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고통을 감내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화합의 첫 단계로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우선 경제와 민족 문제만이라도 서로 합의해 해결해 나가야겠다" 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경제와 민생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 는 발언을 金대통령이 적시하면서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 성의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여야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주목되는 것은 정치개혁에 대한 金대통령의 언급이다.

金대통령은 국회.정당.선거의 일대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대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는 말도 덧붙였다.

金대통령이 올 1월 1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 문제를 제기한 이후 언론사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세무조사.검찰 수사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金대통령이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며 재촉한 정치개혁은 어떤 방식으로건 곧바로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인 14일 오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를 불러 마지막 검토를 한 것도 당의 후속 조치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은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약속했던 개혁 중 지금까지 손을 대지 못한 마지막 부분이다.

정당의 민주화 내지는 1인 지배 정당 체제의 탈피가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한다면, 金대통령으로서는 권력 관리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대목에 대해 金대통령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면서 정치개혁의 바람을 일으키려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경제분야에서 金대통령은 4대 개혁 추진과 함께 경제 활력의 조속한 회복을 강조했다. 개혁 기조를 흔들지 않고 병행 추진한다는 것이지만 "경제 활력 회복에 중점을 둔 것" 이라고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하면서 세차례에 걸쳐 유감 표시를 했다.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데 대해 '죄송한 마음' 을 밝혔고, 정치 불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자 여당 총재로서 저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도 통감하고 있다" 고 말했다. 중산층.서민이 개혁으로 많은 고통을 받은 데 대해서도 '위로' 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과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시대' 를 선언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정치.경제.민생.남북.외교 등 어느 한 분야도 희망적 상황을 내세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일본과의 관계마저 꼬여 있다.

정치는 金대통령 스스로 '위기' 라고 진단할 만큼 여야 대치가 심각하고, 언론과의 관계는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정치적 의도로 세무조사를 한 것이 아니다" 고 다짐해야 할 만큼 악화돼 있다. 그런 탓인지 金대통령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는 못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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