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추쥔, 한계를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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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4강전>
○·이창호 9단 ●·추쥔 8단

제 1 보

제1보(1~10)=추쥔 8단은 바둑에 인생을 건 사람이다. 수많은 프로 중에서도 추쥔이 주는 느낌은 훨씬 강렬하다. 그는 거의 ‘바둑 폐인’에 가까운 이미지를 풍긴다. 대국 자세도 ‘몰입’ 그 자체다. 작은 몸을 웅크리고 코를 박듯 상체를 숙인 채 판을 응시하는 모습은 세상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몰입의 경지를 보여 준다(무덤덤하다 싶을 정도로 정적인 이창호 9단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래도 추쥔 8단이 이처럼 선전할 줄은 정말 몰랐다. 부족한 재능을 노력과 집념으로 메우는 듯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1982년생인 추쥔은 말하자면 중국 ‘국내용’이었다. 하지만 추쥔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4강에 올라 당당히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2009년 11월 2일 오전 10시,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이창호 대 추쥔의 준결승 3번기가 시작됐다(또 한판의 준결승전인 쿵제 대 구리의 대국은 두 시간 늦게 시작됐다. 베이징에 몰아친 때아닌 폭설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 탓이었다).

돌을 가려 이창호 9단이 백. 8은 변을 중시해 ‘참고도 1’처럼 둔 바둑도 있다. 백8로 달리면 ‘참고도 2’ 흑1로 옆구리를 붙이는 수가 최근의 유행. 그러나 흑9처럼 한 발 늦추는 수도 자주 등장하는 두터운 수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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