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회사 금융권서도 나오도록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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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증권.투신.보험 등 모든 금융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회사가 나와야 한다."

윤증현(사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0일 본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개방 경제의 기반이 되는 금융산업이 튼튼하기 위해서는 각 금융 분야에서 적어도 1개 이상의 세계적 회사가 나오도록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8월 4일 취임 일성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밝힌 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회계위반 혐의로 물러나게 하는 등 첨예한 이슈들을 공론화하며 강도 높은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단행해 왔다.

그는 "최근 집단소송제, 적대적 인수.합병(M&A) 문제, 방카슈랑스 등을 이슈로 제기한 것은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다소 시끄럽지만 그렇게 해야 이해관계자들이 미리 준비하고 접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증권 집단소송제도 기업들을 크게 시달리게 만들 것"이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만난 증권거래위원회(SEC) 도널드슨 위원장이 집단소송제도가 미국에서도 소비자 효용 극대화란 취지보다는 변호사들의 소송건수만 크게 늘렸다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재계의 경영권 방어장치 보완 요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영으로 빈틈을 보인 데다 아직 적대적 M&A를 당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하면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며 "'작지만 강한 경제, 개방된 시장'이란 인식을 외국인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 그는 "대출이나 회수는 은행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만 은행들도 신용분석을 더욱 세분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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