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도사'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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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원제 The Demon-haunted World)은 매력적인 읽을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적지않이 낡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강조하는 '과학 대중화' 의 메시지는 80년대 말 이후 범세계적으로 확산된 '과학 민주화' 주창론자들의 목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그가 펴낸 이 마지막 저술이 의미가 있다면, 이런 '변화된 세상의 시차' 를 확인케 하는 계기 때문일 것이다.

'악령' 이란 어휘는 반(反)과학의 조류 모든 것을 상징한다. 세이건은 '대중의 과학적 무지' 와 '사이비 과학(pseudo-science)' 을 맹공한다. 마술사 유리 겔러, 힌두교의 초월 명상, UFO, 옴 진리교 등은 물론이고,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까지 미신에 푹 빠져 있다.

풍부한 사례와 친절한 서술방식에 힘입어 마치 소설처럼 읽히는 이 책에서, 작심하고 과학의 대중화 메시지를 전하는 세이건의 열정은 금세 감지된다.

하지만 그 과학이념이란 것도 수많은 자연이해의 패러다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 됐다.

또 그의 신념은 유전자 조작식품 논쟁,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 등의 '의심스런 무한 발전' 에 대한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과도 배치된다. 관(棺) 속의 세이건은 이런 움직임을 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칼 세이건은 '진행 중인 하나의 과정' 을 절대화하는 옛 시대의 신념을 금과옥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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