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광물 97% 장악한 중국, 미 첨단무기 생산 쥐락펴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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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미국 첨단 무기 생산의 목줄을 쥐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미 연방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가 미 의회와 정부를 들쑤셔놓고 있다. 미군의 첨단 무기 생산에 없어선 안 될 희귀 광물 생산을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이 최근 자국 내 수요 급증을 핑계로 희귀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미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희귀 광물이란 희토류로 불리는 란탄·세륨·네오디뮴·유러퓸·이테류븀 등 17개 광물을 말한다. 본래 세계 곳곳에 분포하지만 중국을 빼고는 채광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가 드물다. 더욱이 중국은 외국 광산도 발 빠르게 사들여 현재 세계 희토류 광물 생산의 97%를 장악하고 있다. 이 광물이 미 육군의 주력 에이브러햄 탱크, 해군의 구축함 DDG-51과 이지스함, 보병의 야간 투시경과 같은 첨단 무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도 희토류 광물을 생산하는 광산이 있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광산회사 몰리코프는 세계적인 희토류 채굴회사로 손꼽혔다. 그러나 98년 광산 폐수 탓에 지하수가 오염된다는 여론이 일자 2002년 채광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광석에서 희토류 광물을 뽑아내는 처리회사도 함께 문을 닫았고 장비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GAO는 보고서에서 “이미 일부 첨단 무기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도 청문회를 소집해 정부의 대책을 따질 태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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