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대만학자들 '중국과 동아시아'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동아시아 시각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짚어보자' .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정치학자들의 공동연구가 활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2월 김병국(金炳局.고려대).추윈한(朱雲漢.대만 국립대).고쿠분 료세이(國分良成.일본 교토대)교수 등 3국 중견학자들이 영문학술지 '동아시아연구 저널'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을 공동으로 창간한 데 이어 이달 말 '동아시아와 환경' 을 주제로 한 2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또 동아시아 정치학자들은 지난 3~4일 고려대 인촌관에서 학술지 3집에 게재할 논문 11편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3집 주제는 '중국과 동아시아' .

이번 세미나에서 중국 국제관계대학의 추수룽(楚樹龍)교수는 '중국과 동아시아의 냉전' 이란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처럼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 이라며 "중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다른 나라들에 의해 포위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결코 외부세계를 위협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이 냉전적 사고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접근을 피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가 중국의 이익과 동아시아의 안정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교토(京都)대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교수는 '미.일 동맹에서의 중국 변수' 란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이 21세기의 새 경제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그는 "급상승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등장이 탈냉전시대에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지, 아니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불안정 요인이 될지가 큰 관심사" 라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1996년 미.일 신안보선언과 뒤이은 미.일 방위협력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94년 한반도 위기상황이었지만 실제로는 급부상하는 중국 때문이었다" 고 말했다.

또 "중국이 일본처럼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균형자.안정자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미.중관계는 계속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고려대 서진영(徐鎭英)교수는 '미.중관계와 남북한' 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6.25전쟁 이후 지난 50여년간 미.중관계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徐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6.25전쟁을 통해 한반도에서 상대방의 최대.최소 전략목표와 세력균형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며 "72년 미.중 화해는 남북한 모두에 기회와 위기를 제공함은 물론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의 대아시아정책이 94년을 전후해 '개입과 확장' 으로 정리되면서 제네바 합의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과 중국과의 건설적 동반자 관계가 추진되었다" 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이란 원칙에 접근했다" 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분단 이후 처음 남북 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한반도에서 탈냉전의 가능성을 보인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대만해협 갈등의 해결' 이란 논문을 둘러싸고 발표자인 대만국립대의 이위안(易袁)교수와 중국측 학자들은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易교수는 대만해협의 '평화지대화' 를 제안하면서 "이는 중국과 대만이 1국가 2체제 원칙 아래 적대감을 불식시킴으로써 양안(兩岸)의 지역안보와 번영을 보장하려는 것" 임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 라면서 "대만은 중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독립'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분쟁 요소를 제거하고, 중국은 법률적으로 대만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 학자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대안" 이라며 "양안관계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 하에서 풀어야 한다" 고 반박했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