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손길 원하는 곳이면 산골 오지라도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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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 책임자로 참아름다운집을 방문한 천안의료원 박종영(52) 원무팀장은 “(참아름다운집에서)도움을 요청해 와 선뜻 나서게 됐다”며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사전에 의견을 조율해 남성과 여성들의 역할을 분배했다”고 말했다.

도움 손길이 부족한 곳 ‘환영’

나눔봉사단 실무를 맡고 있는 천안의료원 박종영 원무팀장(왼쪽)과 어윤강 사회복지사가 지난달 다녀온 참아름다운집 봉사활동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이날 참아름다운집을 찾은 나눔봉사단 직원들의 손에는 과일과 비누 등 생필품이 들려 있었다. 법인으로 등록된 시설의 경우 관공서나 각종 단체의 지원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만 참아름다운집과 같이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이 들고 오는 생필품이나 의류 등이 여간 반갑지 않다. 이날 준비된 물품들은 병원에서 마련했거나 직원 개개인이 집에서 챙겨온 것이다. 물품 준비를 위해 주머니를 털었고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자원봉사를 다녀온 뒤 병원 게시판에는 ‘입지 않는 옷을 모은다’는 공지가 올랐다. 아이들이 가장 필요한 물품 중 하나가 옷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참아름다운집 이원직 원장은 “천안의 변두리까지 마다 않고 찾아와 봉사활동을 해 준 천안의료원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도움을 주긴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봉사단은 봉사활동의 영역을 시설의 여건에 맡게 구분했다. 아동과 노인, 장애인시설로 의료봉사와 세탁·청소·식사 지원 등 효율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아직까지 천안의료원 나눔봉사단을 알지 못하는 시설을 위해 천안사회복지센터에 단체등록도 했다.

봉사단의 실무를 맡고 있는 어윤강(33·여) 사회복지사는 “공익기관이지만 직원 모두가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며 “처음에는 그냥 따라갔던 직원들도 다녀오고 나서는 ‘잘했다’ ‘지속적으로 하자’는 말을 할 정도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이 더 크다”고 했다.

이웃사랑 실천 위해 봉사단 결성

천안의료원 나눔봉사단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천안의료원 제공]

천안의료원은 20여 년 전부터 여성직원들로 구성된 ‘여직원회’가 봉사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봉사활동 중 여성들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남성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던 차에 지난해 5월 병원 내에서 ‘조직을 확대해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격주 토요일 근무하던 여건이 매주 토요일 휴무로 바뀌면서 직원들이 “시간적 여유도 많은데 영역을 넓히자”고 나선 것이다.

천안의료원 이신석 원장도 “직원들이 하겠다는 데 (나도)동참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봉사단은 70여 명으로 출발해 1년이 지난 지금은 90여 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 120여 명 가운데 75%가 회원이다. 이 원장을 비롯해 진료부장 등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직원들도 모두 동참했다. 봉사단은 이필은 진료부장이 이끌고 있다. 봉사단이 결성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의료봉사가 가능해졌다는 것. 봉사단에는 의사와 간호사, 보건직, 사무직원 등으로 의료원 내 전 직종이 참여한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쳤지만 의료진이 가세하면서 의료봉사와 일손 돕기, 식사지원 등으로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봉사단 결성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단체·시설도 늘었다. 요청이 줄을 잇자 나눔봉사단은 지난 3월까지 분기별로 봉사활동을 하던 것을 이달부터는 매달 활동을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분기별로 의료봉사를 나가 사회복지시설이나 노숙자들의 건강을 챙길 계획이다. 천안역(서부역)에서는 무료급식과 의료봉사도 할 예정이다.

박종영 원무팀장은 “지역민이 주인인 공공의료기관의 직원들이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봉사단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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